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 내 타결을 목표로 적극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친정인 민주당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이날 TPP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에 대한 절차투표를 실시해 52대45로 부결시켰다. 정원 100명의 미 상원이 법안 최종 심의·표결에 들어가려면 절차투표에서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번 투표에서는 54석을 가진 공화당이 대부분 찬성했고 오히려 민주당에서는 한 명을 빼고 모두 반대했다. TPA는 대통령에게 국제무역협정에서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의회는 협정 내용에 간섭할 수 없고 최종 협상 결과에 대한 찬반 표결만 할 수 있다.
NYT는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지지해온 민주당 내에 TPP 협정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당내 진보파의 상징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TPP가 미국 기업들의 해외이전과 외국상품 수입 확대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줄일 뿐이라면서 적극 반대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이 자유무역은 미국의 이익을 확대할 것이라며 TPP에 찬성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TPP에 참여하는 일부 협상국들의 환율조작 논란도 이번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 NYT는 민주당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TPP 협상국 가운데 일본·말레이시아 등이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시키는 데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에서 환율조작을 둘러싼 논란이 일게 된 것은 최근 달러 강세 기조가 두드러진 가운데 경쟁국들이 자국 통화 약세를 통해 수출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TPA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환율 조작국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 관련법안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 등 상당수 협상국은 환율조작 관련법이 통과되면 TPP 자체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미국 정부가 민주당의 요구를 무시하고 TPP 협상을 타결하면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없고 반대로 환율조작 금지 조항을 통과시킬 경우 TPP 협상이 불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NYT도 이날 미국 상원의 표결 결과는 오바마 대통령이 승산 없는 상황에 몰렸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