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관리하는 신용평가회사가 설립될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금융 상품에 대한 공정하고 독립적인 등급 평가를 담보하기 위해 국영신용평가기관 등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복잡한 파생상품의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신용평가기관을 개혁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읽힌다.
신용평가기관은 그간 등급평가를 의뢰한 기업들로부터 수수료 수입을 챙겨왔다.
이 때문에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신용평가기관은 관행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렸고, 기업도 자신에게 유리한 평가를 해줄 기관을 찾아 다니는 낯뜨거운 유착이 만연했다.
SEC가 설립하려는 국영신용평가기관은 이 같은 오류를 피하기 위해 신용등급 평가와 무관한 기업들이 증시에 상장할 때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하고 이를 재원으로 평가업무를 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버드대의 엘리자베스 워렌 교수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신용평가업무를 하게 되면 신용평가기관과 기업간의 유착으로 인한 '봐주기'식 평가가 현저히 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 '심판기관'(Umpire entity)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 기관은 기업들이 등급평가를 맡길 신용평가기관을 지정해 주고, 등급평가에 따른 수수료도 기업 대신 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SEC는 이밖에 일본의 신용평가기관 등 해외 업체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해 업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는 130여개의 신용평가기관이 있지만, SEC의 국가공인 신용평가기관은 7개에 불과하다.
특히 세계 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는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기관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영업을 해 왔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영신용평가기관의 경우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리기 쉽고, 심판기관은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 상품을 발행한 기업이 아닌 금융상품 투자자가 평가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