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여성변호사인 이태영(李兌榮)씨가 17일 오전11시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1914년 평북 운산에서 태어난 李씨는 49년 여성 최초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52년에는 역시 여성사상 처음으로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56년 가정법률상담소의 전신인 여성법률상담소를 개설하는 등 여권과 인권신장에 이바지해왔다. 이씨는 정일형(鄭一亨) 전 외무부장관의 부인이자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인 정대철(鄭大哲)씨의 모친으로 80년대 후반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여성계의 거목이자 야인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사법고시 합격 후 남편이 야당의원이라는 이유로 판검사 임용이 거부된 이씨는 여성법률상담소를 중심으로 여성차별의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주력한 끝에 지난 89년 가족법이 개정되도록 했다. 76년 한국여성운동의 산실인 여성백인회관을 서울 여의도에 세움으로써 남녀평등 구현에 몰두했다. 그는 평소 『남북통일이 되면 판문점에 이산가족의 가정법률상담소를 세우겠다』고 말해왔으나 이 꿈을 실현하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씨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막사이사이상, 세계법률구조상, 국민훈장 무궁화장, 3.1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저서로는 「한국이혼제도연구」 「현대여성모럴」「가족법개정운동37년사」 「북한여성연구」 「나의 만남, 나의 인생」 등 다수. 빈소는 서울 강남 삼성의료원 3410-2114. 발인 21일 오전 【윤종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