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한 골프는 나에게 행운과 함께 많은 것을 안겨 주었다.
골프가 좋아 사업 역시 골프 관련업을 할 수 있었고, 원 없이 골프를 칠 수도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평생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도 이미 10년 전에 경험했으니 이만하면 골프로 인해 얻은 것이 정말 많은 셈이다.
하지만, 단 한가지 아직도 넘지 못한 벽이 있으니 바로 `언더파`다.
`이 정도면 오늘은 언더파가 가능하겠지…` 하다가도 언더파의 꿈이 산산조각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말 잘 쳤다고 생각했던 날도 막상 장갑을 벗고 나면 무참히 깨어져 때로는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만큼 허망했던 적은 없었다.
올 4월 중순경 태광CC 1번홀 파5.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샷이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3온3퍼트로 보기를 기록해`결국 오늘도 그렇고 그런 날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스코어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지갑관리만 잘 하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웠다.
그러나 막상 전반을 파 5개, 버디 3개, 보기 1개로 34타를 치고 나자 1번 홀에서의 다짐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시 슬금슬금 언더파의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갑이 얇아져도 언더파만 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듯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 듯 동반자 하나가 “ 그래. 잘 쳐라. 그 핸디가 어디 가나. 잔디밭에 다 있다니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생긴 욕심이 어딜 가겠는가. 후반 나인 남코스 5번홀까지 1오버파로 토탈 1언더파를 유지하면서 욕심은 더 커져만 갔다.
`그래. 6번홀에서 파만 하면 오늘은 언더파가 가능하겠구나.`
왼쪽은 OB지역, 그린 입구 좌우에 벙커였다. 그러나 욕심껏 우측으로 친 볼이 안타깝게도 벙커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결국 후반 나인 홀을 43타로 마무리 해 그날도 여지없이 언더파의 꿈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아직도 나는 언더파를 꿈꾼다. 때로는 내 한계를 확인하는 것만 같아 실망스럽기도 하고, 어려운 일임을 알기도 하지만 언젠가 꼭 한번은 `언더파의 꿈`을 이루고 싶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