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들의 추상적 표현법 한자리에

이우환, 로만 오팔카 등 학고재 25일까지

학고재 '센서티브 시스템즈(Seneitive Systems)'에 전시중인 귄터 위커(Gunther Uecker)의 작업 사진

학고재 '센서티브 시스템즈(Seneitive Systems)'에 전시중인 로만 오팔카(Roman Opalka)의 작업 모습

국경을 초월한 대가들의 전시가 봄을 맞는다. 소격동 학고재는 개관 20주년과 신관 오픈을 기념하는 전시 ‘센서티브 시스템즈’를 오는 25일까지 연다.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미술의 대가 이우환(72)과 폴란드인 로만 오팔카(77), 독일인 귄터 위커(78), 이탈리아인 주세페 페노네(61) 등 4인의 거장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뜻 깊은 전시다.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시리즈로 유명한 이우환은 탁월한 추상표현으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우환이 캔버스에 몇 개의 점을 찍어 표현한 ‘조응’과 ‘다이알로그’ 시리즈를 통해 여백으로 감상자와 교감한다면 주세페 페노네는 ‘나무’라는 언어로 말한다. 그는 나이테를 그리는 섬세하고 반복적인 작업, 나무 둥치에 박힌 사람의 손 등으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이야기 한다. 독일작가 귄터 위커는 흙으로 만든 바탕에 못, 면도칼 등을 붙여 사회적 반감과 내적 고통을 드러낸다. 1957년부터 그가 사용한 200t 가량의 못은, 일종의 치유책이었다. 한편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로만 오팔카는 미(美)를 포기하고 수(數)를 택한 화가다. 그는 1965년에 시작한 숫자 쓰기를 43년째 계속하고 있다. 검은 캔버스에 흰 물감으로 1부터 적기 시작했고, 캔버스를 바꿀 때마다 흰색 물감을 1%씩 더해 바탕은 차츰 밝아졌으며 수는 백만 단위를 넘겼다. 작업을 마친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매일 사진으로 남겼다. 숫자로 표현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뿌옇게 옅어진 캔버스와 백발이 된 그의 머리칼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전시를 기획한 로랑 헤기 프랑스 생 테티엔느 미술관 관장은 “네 작가는 각자 다른 길을 걸어 왔지만 삶의 근본에 애착을 갖고 정신성을 메타포(은유적 표현)으로 보여준다는 게 공통적”이라고 소개했다. (02)720-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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