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발언에 美 "더 안전투자처 없다" 반격

중국총리 "美국채 부실 우려" 발언
오바마도 "투자자 자신감 가져도 좋다" 가세
"中 노림수는 대미관계등 발언권 확대" 분석


미국 국채의 안전성을 깎아내린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발언에 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버트 깁스 미 대통령 대변인이 13일(현지시간) "미국보다 안전한 투자처는 없다"며 원 총리의 발언을 즉각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오바마 대통령도 직접 가세, "중국 정부를 포함해 미 자산에 투자한 모든 투자자들은 절대적으로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고 단언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앞서 나온 원 총리의 발언. 원 총리는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폐막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솔직히 말하면 (미 국채의 안정성이) 걱정스럽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일본을 제치고 미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 됐으며, 2008년 12월 현재 전체 미 국채의 6%를 넘는 6,962억 달러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볼 경우, 원 총리의 발언은 미국의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미 지난해 미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나 프레디맥이 무너지면서 큰 피해를 본 중국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돼 중국의 대미 투자가 줄어든다는 시나리오다. 결과적으로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감으로써 미국 경제는 악화된다.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미 국채 매각에 나설 여지는 적다.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미 국채를 팔았다가는 가격 하락으로 인해 중국도 손해를 볼 것이 뻔한 데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 총리도 "자국의 이익과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중국의 보유외환을 급히 다변화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중국이 노리는 것은 대미 관계 및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 확대라는 분석이다. 미 씽크탱크인 외교협회(CFR)의 벤 스테일 국제경제부장은 "중국이 주요20개국(G20) 회담을 앞두고 위협사격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에 위안화 절상과 금융개방을 강력히 요구해왔던 미국이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 총리의 발언은 지난 주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발언에 대한 우회적인 공격으로도 비춰진다.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겨냥해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국가들 중심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분담금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과 관련, "IMF 분담금 확충은 한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IMF는 개발도상국에 좀더 발언권을 많이 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