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시즌이 성큼 다가오자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ㆍ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자 최근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오른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아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는 유지됐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도 이런 중소형주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따라서 증시전문가들은 당분간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지수의 흐름에 베팅하기보다는 개별 모멘텀을 지닌 중소형 종목을 노려보는 투자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불안 우려로 코스피지수 큰 폭으로 하락=이달 코스피지수는 전일에 비해 38.03포인트(2.93%) 급락한 1,262.07로 장을 마쳤다. 1,300선을 탈환한지 단 하루 만에 다시 1,200선으로 밀려났다. 전일 미국 증시가 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 우려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실적 우려가 국내 증시에도 그대로 투영된데다 그동안의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매물이 쏟아졌다. 국내 증시는 최근 한달 사이에 유동성 장세 기대감과 경기지표 개선 움직임 등에 힘입어 30%가량 급등했다. 이에 따라 과열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됐고 이번주 말부터 본격적인 어닝 시즌에 들어가는 것을 앞두고 기업실적이 개선보다는 ‘하향세의 완화’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1ㆍ4분기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12조3,000억원에서 59% 급감한 5조1,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최근의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와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지수 급락을 가져왔다”며 “다만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추가로 큰 폭의 조정을 보일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대형주 급락해도 중소형주는 강세=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최근까지 반등국면을 주도했던 대형주들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대형주 지수는 전일보다 3.36%나 급락했다. 반면 중형주는 0.64% 하락하는 데 그쳤고 소형주는 오히려 0.31% 올랐다. 종목별로도 삼성전자(-4.62%), 현대차(-3.99%), KB금융지주(-4.59%), 대우증권(-7.43%), 현대중공업(-6.56%) 등 시가총액 상위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지수급등 부담감과 옵션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프로그램 매매에서 매도물량이 출현하면서 대형주 급락을 이끌었다. 개인들은 이날 대형주들이 일제히 급락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해 2월12일 이후 일별 순매수액으로 가장 많은 6,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피지수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이날 중소형주가 포진된 코스닥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에 힘입어 전일보다 2.26포인트(0.49%) 오른 460.83을 기록하며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300선에 도달한 데 따른 심리적 부담감과 옵션만기일 물량부담이 어우러지면서 대형주가 약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종목 중심의 장세 이어질 듯=이날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직은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종목별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당장 큰 폭으로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만큼 실적개선 등 개별 모멘텀을 가진 종목은 추가적인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전형적인 종목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짧게 끊어 치는 매매패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목별 순환매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무조건 싼 종목을 선택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상승했더라도 기관의 수급이 동반되는 종목이 유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