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이 일본을 사로잡았다"

한해 수십억달러 창출…문화대사 역할 수행
아시아 영향력 확대…북한서도 DVD 밀반입

한국의 미남배우 배용준이 일본의 여성들을 사로잡아 수십억 달러를 창출하는 개인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한국의 이미지를 바꿔놓는 문화 대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본판 4면과 5면에 걸친 서울발 특파원 기사를 통해 2003년 처음 일본 텔레비전에서 '겨울연가'가 방영된 이후 배용준은 정상적인 여성들을 거의 미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후 약 50만명의 팬들이 한국으로 건너가 겨울연가 촬영장을 찾아갔고 후미진곳에 위치한 그의 매니저 사무실에 몰려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등 극성을 보이고있다면서 최근 매니저 사무실 근처에서 만난 아미노 마사코씨의 경험을 전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남편과 여러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여성 아미노 마사코씨는 배용준의 나라 한국을 무조건 방문했고 어떻게 해서라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한밤중임에도 사무실 주변을 배회했던 것. 그녀는 "배용준보다 더 잘 생기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도 있겠지만 그는 독특한 분위기의 매력을 풍긴다"며 자신의 이런 행동들에 대해 스스로도 놀란다고 말했다. 미국 여성의 취향에서 보면 그는 어둠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듯한 미소의 소유자이면서 조금은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고 바바라 데믹 특파원은 평가하면서 배용준은 한국의 대표 '꽃미남'이지만 동시에 대단히 남성스런 이미지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배용준은 근육질 몸매의 사진을 찍어 160 달러짜리 호화 정장 사진집으로 발간했는데, 일본에서 초판 10만권이 사전 예약돼 팔려나갔다. 배용준은 이에 대해 "나는 결코 내가 최고라고 생각지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났다. 내 스스로도 놀랐다. 우리 가족중 누구도 배우가 되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 배용준 신드롬의 경제 효과는 얼마나 될까. 현대리서치연구소는 배용준이 지난 한해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거둔 경제효과가 4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대한항공 기내에서는 그의 얼굴이 새겨진 크리스탈 액자를 개당 160달러에팔고 있고 서울시내 노점상에서는 2천원짜리 양말이 팔린다. 더구나 그의 명성은 최근 싱가포르, 중국, 대만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심지어 북한에서도 알려지고 있다는 것. 익명의 한 탈북자는 "중국 국경을 통해 겨울연가 DVD가 북한으로 반입된뒤 주민들 사이에 은밀하게 돌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한국 내에서는 그를 국가 이미지 및 경제 부흥에 앞장서는 보석과 같은존재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배용준 신드롬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을 맛보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드높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한국어 배우기 프로그램을 방영중이며 한국어 교재 판매가2003년보다 2배 늘어났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도쿄와 오사카 소재 한국문화원의 경우 한국어 강좌 수강인원이 급증하고 잇는데, 전 외교관인 서현섭씨는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예전에 김치, 마늘 냄새가난다며 한국을 싫어하던 중년 여성들이 이제는 모든 것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며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용준 신드롬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이에 대해 한국관광공사는 앞으로도 꽤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신드롬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 7월 공사측은 TV 드라마 촬영장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담당하는 특별 팀을 신설, 드라마 제작진으로 하여금 관광객들이 늘 찾을 수 있도록 세트장을더욱 튼튼하게 제작토록 주문하는 한편 춘천호수와 같이 풍광이 좋은 장소를 고르는것을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사랑에 몸단 여성들을 계속 유인하기 위해 제2, 제3의 배용준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배용준은 자신의 취향에 대해 데이비드 린치가 제작하는 어두운 폭력물을 선호하고 배우 가운데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를 좋아하는 등 로맨틱한 역할에 지쳤음을 시사했다는 것. 배용준은 "내 이미지는 실존하는 나와 다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사람들이볼 수 있도록 나는 다른 타입의 역할을 원한다. 코믹한 역할도 하고 싶고 악당 역할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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