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11명의 연설문 담아

■ 아버지의 여행가방… 오르한 파묵 외 10인, 문학동네 펴냄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 마리 귀스타브 르클레지오는 외할머니의 무릎 위에서 이야기들을 들으며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다졌다. 자라서는 벽지에서 의사로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등지를 다니며 낯설고 느린 삶에 눈을 떴다. 그러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영예 앞에서 그는 작가의 '패러독스'를 이야기 한다. 스티그 다게르만이 쓴 '작가의 양심'을 인용해 "(작가는) 오로지 배고픈 자들을 위해서만 글을 쓰고자 하는데, 먹을 것이 충분한 자들만이 자신(작가)의 존재를 깨달을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여행가방'은 195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베르 카뮈를 필두로 지난해 수상자 르클레지오까지 11명의 수상 연설문을 묶은 책이다. 수상자들은 작품 집필 이상의 공을 들여 연설문을 쓴다고 하는데, 이 속에는 작가의 문학적 뿌리는 물론, 문학관과 작가로서의 고뇌가 드러난다. 책 제목은 2006년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글에서 따왔다. 어느날 그의 아버지는 수십 년간 적은 글들을 담은 작은 여행가방을 가져와 자신이 죽은 뒤 보라며 파묵의 서재에 내려놓았다. 파묵은 그 글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스쳤지만 "그 가방에서 위대한 문학이 나온다면 아버지의 내면에 완전이 다른 사람(훌륭한 작가)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며 당시 두려움을 이야기 한다. 작가가 된다는 것이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제2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예술과 문학의 역할에 대해 알베르 카뮈는 "인간의 공통적인 괴로움과 기쁨의 유별난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수단"이라 했고, 가오싱젠은 "문학은 본래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에 대한 관점은 제 각각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글의 힘을 믿고 있다. 각 연설문 뒤에 문학전공자들이 덧붙인 작가에 대한 소개글이 있어 글읽기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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