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기로에 선 남북관계] 노태우정부 북방외교 재조명

공산권과 손잡으며 北 관계개선 기틀 마련
中·소련 등과 수교 통해 고립 우려한 北 협력 유도
남북기본합의서 등 성과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는 남북관계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노태우 대통령이 1992년 11월19일 청와대에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역사적인 한·러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DB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관계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지정학적인 여건에서 볼 때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는 재조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1988~1993년)은 대한민국이 건국 이래 처음으로 공산권 국가들과 정식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오늘날 '4강(미국·일본·중국·러시아) 외교'의 기틀을 닦은 시기였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추진한 '북방외교'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이념과 체제가 다른 국가와의 관계개선은 동아시아에 안정과 평화, 공동의 번영에 기여하고 통일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북방외교를 통해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태우 정부는 헝가리(1989년)를 시작으로 구소련(1990년), 중국(1992년) 등 공산권 국가들과 잇달아 수교하며 외교 무대를 넓혔다. 북방외교와 함께 남북관계에서도 '민족 자존과 통일 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7·7선언)'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등을 제시하며 이전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섰다.

7·7선언은 △남북 간 교역·문호 개방 △이산가족 문제 해결 △민족경제의 균형발전 △남북 간 국제무대에서의 협력과 지원 △북한은 한국 우방국, 한국은 사회주의 국가와 관계개선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인식을 경쟁·적대 대상이 아닌 선의의 동반자로, 대북 정책은 북한의 고립 대신 국제사회 참여를 돕는 방향으로 각각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자주·평화·민주의 3대 원칙과 민족공동체헌장 채택, 남북연합 구성, 통일헌법 제정으로 이뤄진 '3단계 통일안'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통일준비위원회가 올해 발표할 통일헌장을 통해 계승될 예정이다.

노태우 정부의 통일·외교정책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첫 남북고위급 회담 성사(강영훈 국무총리-북한 연형묵 국무원 총리), 남북 간 화해·불가침·교류협력의 내용을 담은 남북기본합의서 및 한반도비핵화선언 채택 등과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태우 정부는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는 점에서 정통성을 갖췄고 경제 발전 성과로 북한을 추월한 상황에서 자신감을 갖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다"며 "특히 남북기본합의서의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내용이었지만 당시 연이은 한중·한러 수교에 따른 국제적 고립을 우려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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