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바닥신호 울리는 유럽경기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올해 상반기는 유럽의 경기침체와 유가하락, 그리고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의 위험요인이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다행히도 그중 유로 지역의 문제가 하나씩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독일·프랑스·우크라이나·러시아가 4자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휴전협정'을 타결했다. 서방 선진국과 러시아 간의 대립이 일단락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불안했던 러시아의 금융시장도 최근에는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은행 간 대출금리가 낮아졌고 1달러당 70루블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64루블로 다소 하락했다. 신흥국의 전반적인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EMBI스프레드(신흥국 채권 가산금리)는 연초 4.5%에서 현재 4.2%로 낮아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수준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신흥국 증시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다음은 그리스의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Grexit) 문제다. 만약 이 문제가 현실화되면 그리스 화폐가치는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효과로 그리스 관광수입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물가상승 속도가 빨라질 경우 그리스 경제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올해 1월 말 시리자당이 집권했고 2월11일 그리스 정부 국채의 담보인정 중지로 그리스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나 잡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1.6%대로 큰 변화가 없다. 2010년 유럽 민간은행들의 그리스에 대한 대출금액은 2,000억유로에 육박했지만 2015년 현재는 540억유로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위험의 강도와 전이 가능성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또한 독일이 그리스를 내보내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실행할 경우 자신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경기도 전염효과로 인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상반기 중 러시아와 그리스 문제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투자자들은 유럽의 경기회복 여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1월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발표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유럽 제조업 체감경기는 2개월 연속 확장국면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 소비심리지수도 2개월 연속 나아지고 있다. 심리지표가 실물경제 지표에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는 미국보다는 유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경기둔화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비슷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한적이겠지만 당분간은 미국 이외의 자산 가격 반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올 상반기는 투자에 있어서 리스크 관리와 경기 저점 찾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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