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중기자금 대출 창구 경쟁체제 전환

농협 14년 독점에 제동… 2014년부터 시중 은행도 취급
금리 1%p 떨어져 기업 이자부담 연간 270억 줄어들 듯


경기도가 중소기업육성자금을 대출 받은 중소기업으로부터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이자 등을 챙겨온 농협에 칼을 빼 들었다.

도는 농협이 지난 14년간 독점해 온 경기도의 중소기업육성자금을 내년 1월부터 다른 시중 은행에서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5일 발표했다. 완전 경쟁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도는 자금을 빌리는 중소기업이 14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를 비교한 뒤 은행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금리는 중소기업육성기금 홈페이지를 통해 은행별로 고시된다.

경기도 중소기업육성자금은 지난 1999년 맺은 '운전자금 관리운용 및 융자취급 등에 관한 위탁협약'에 따라 농협이 주관해 왔다. 14년 독점을 없앤 것은 농협이 높은 이자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도에 따르면 도의 올해 중소기업을 위한 시설자금은 4,000억 원이다.

시설자금에 대한 지난해 농협의 대출 이자는 5.55%로 당시 시중은행 이자 5.22%에 비해 0.33%포인트 높다. 올 들어 6월까지도 농협 금리는 5.22%로 시중은행 4.54%보다 역시 0.68%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을 위한 운전자금의 이자도 농협이 높게 조사됐다.

농협의 지난해 중소기업을 위한 운전자금 대출금리는 6.17%로 시중은행은 5.52%에 비해 0.65% 포인트 높았으며, 올 6월까지도 농협의 대출금리는 4.98%인 반면 시중은행의 금리는 4.91%로 역시 0.07% 높게 나타났다.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이자 부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외면하게 됐다. 1조원의 중소기업육성자금 가운데 7월말 현재 대출이 이뤄진 금액은 4,572억 원에 불과하다.

도가 농협에 매년 지급했던 취급수수료도 문제점도 개선된다.

그 동안 기금 융자는 기업이 주거래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해당 은행이 농협의 돈을 차입해 다시 기업에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도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급수수료 0.8%를 도비로 메워왔다. 도는 농협과 지난 7월 대출금부터 수수료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도는 자금 운용을 경쟁체제로 바꾸면 금리가 농협이 금리에 비해 1%포인트 가량 떨어져 기업의 이자부담이 연간 270억원(융자 잔액 2조7,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금 까지는 정보와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과 전문가인 은행의 협상으로 금리가 결정되는 불합리성을 안고 있었다"면서 "이번 제도 개편으로 경기도는 예산 절감과 기업 이익을 동시에 보장하는 중소기업지원정책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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