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경제 희망은 있다] 내수

소비 '꿈틀'…내수주도 성장 가능성
내년 상반기 가계 빚문제 해소로 소비늘듯
하반기 활성화…건설·부동산 연착륙 변수

한국경제가 길고 추운 겨울에 진입, 내년에는 더 춥겠다는 분석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강물의 밑바닥에는 봄기운을 실은 물이 흐른다. 마찬가지로 한국경제에도 희망은 있다. 최악이라는 민간소비는 바닥을 다지고 있으며 수출도 환율과 유가급등이라는 악재를 뚫고 선전하고 있다. 설비투자 전망도 나쁘지 않다. 경제는 심리다. 실제보다 과장된 잿빛 일색의 전망은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려워도 경제주체들이 믿음을 갖는다면 상황은 호전될 수 있다. 소비와 수출, 설비투자, 정부 정책을 부문별로 짚어본다. 내년 우리나라 경기는 전반적으로 올해보다 어렵겠지만 꽁꽁 얼어붙었던 내수경기는 ‘해빙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경기 사이클상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10번째 경기 순환기는 ‘내수’가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IMF위기 이후 최장 기록인 7분기 연속 민간소비 마이너스 행진이 내년에는 마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들어 민간소비 증가율은 ▦1ㆍ4분기 -1.4% ▦2ㆍ4분기 -0.6% ▦3ㆍ4분기 -0.8%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올 4ㆍ4분기까지는 민간소비가 -0.5%로 감소세를 보이겠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1.3%, 하반기에는 3.6% 등 플러스 성장세로 반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장들 역시 최근 박승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개최된 금융협의회에서 “내년 하반기쯤 민간소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경기 낙관론의 가장 주요한 근거는 카드 버블과 부동산 버블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던 가계 ‘빚’이 그동안의 조정기를 거쳐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지난 2001년 25.6%, 2002년에는 32.6%로 급증했으나 2003년 19.3%, 2004년 3ㆍ4분기까지 3.8%로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반면 소비와 밀접한 판매신용 증가율은 지난해 2ㆍ4분기 -6조원, 3ㆍ4분기 -6조1,000억원 등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 3ㆍ4분기에는 -2,500억원으로 감소세가 크게 둔화됐다. 윤한근 한은 정책기획국장은 “가계 판매 신용의 경우 머지않아 ‘업턴(Up-turn)’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혁부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활황으로 2000~2002년에 크게 늘어났던 가계대출이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중에 거의 해소될 것”이라며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다시 소비가 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이 새벽이 오기 전 가장 짙은 어둠의 시기라는 얘기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또 수출과 내수가 번갈아 성장을 주도해왔던 최근 경기순환의 특성을 감안할 때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10순환기는 ‘내수 주도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다수가 ‘비관론’에 휩싸여 움츠려 있을 때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노리고 과감히 내수 관련 투자를 늘리는 등의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건설ㆍ부동산 경기의 연착륙 성공 여부가 내수회복 정도를 좌우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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