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극장은 지난 50년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으로 설립돼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을 펼치고 있는 문화기관이다. 이 극장이 애초 명동에서 지금의 남산으로 이전해 활동해온 지도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국립극장은 남산 이전 30주년을 기념해 최근 남산타워호텔에서 `국립극장 중장기발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중한 한국문화복지협의회 회장은 “99년부터 시행된 정부의 책임운영기관제는 경제적 운영에 수익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국립극장의 본질적 정체성 향상에는 기여한 바 없다”며 “문화예술 경영은 문화예술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위해 경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관광부는 이달 초 2004년 문화예산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문화부 소속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예산을 올해보다 595억원 증액된 2,279억원으로 밝혔다. 분야별 편성으로는 가장 높은 증가율로 대부분이 내년 7월 완공 예정인 서울 용산국립박물관(483억원) 등을 비롯한 각종 시설비다. 여기에는 명동국립극장 구입 잔여비 및 설계비(210억원)와 국립극장 대극장 리모델링 사업비(124억원)가 포함돼 있다. 국립극장은 이번 보수를 통해 공연장 환경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1,522석의 대극장은 설립 당시 한국의 문화예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각종 정부단체의 여러 행사를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무대는 유난히 넓고 객석은 1층에서조차 한 계단 아래에 위치해 무대와의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어느 각도, 어느 층에서도 무대 관찰을 별 차이 없이 가능하게 하고 현대연극뿐 아니라 고전연극도 가능하며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모든 작품을 올릴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
그런데 이러한 건축물 구조에 앞서 내용적으로도 혁명적일 정도의 대변신이 필요하다. 지난 3년간 정력적인 민간 전문가 극장장을 맞아 국립극장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정부가 국립극장을 한 나라의 문화적 창구인 동시에 얼굴이며 자존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건물비 지원 이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인력 확충 등에 필요한 예산의 대폭적인 인상이 요구되는 때다.
<박연우(문화부 차장)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