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제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금융시장의 성숙도다. 외환시장ㆍ자본시장ㆍ자금중개시장 등으로 구성된 금융시장의 발전 정도는 각 나라의 경제력을 측정할 수 있는 훌륭한 객관적 지표가 된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주식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때 글로벌 금융위기로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따른 실적호조에 힘입어 금융위기 이후 주가 지수가 강한 상승국면을 보이고 있다. 투기성·불공정성 방지책 필요 지수선물옵션 상품으로 대표되는 파생상품시장도 순항 중이다. 거래량 기준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전세계 거래량의 15.9%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본시장의 안정적 성장 속에서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도 궤를 같이 하며 발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12월 시장이 개설된 후 만 5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 ELW시장은 올해에 일평균 거래대금 약 1조6,000억원을 기록해 거래대금 기준으로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단기간의 성장에 따른 ELW 시장의 과열양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ELW시장의 투기성ㆍ불공정성 및 투자자 손실 확대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그러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ELW시장 건전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최근 제기되고 있는 ELW시장의 문제점이 간과되거나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ELW시장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리거나 ELW시장의 정체성까지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ELW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한 것은 ELW시장이 전체 자본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이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 ELW시장은 다른 자본시장의 거래를 촉진해 전체 자본시장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제고한다. ELW시장의 매매가 활성화되면 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을 조성하는 LP(Liquidity Provider)의 헤지 거래가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 및 파생상품시장의 유동성이 증가된다. 또한 ELW시장에서 투자자가 본 손실의 일부는 LP 역할을 하는 금융투자회사의 헤지거래를 통한 주식시장 또는 파생상품시장에서의 투자자 이익으로, 반대로 ELW시장에서 투자자가 얻은 이익은 다른 자본시장의 투자자 손실과 연결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전체 자본시장의 가격 효율성이 높아진다. 둘째, ELW시장은 투자자에게 다양한 위험관리와 투자전략의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평균 약 2,000억원이 거래되고 있는 개별 ELW는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개별주식옵션상품의 시장 역할을 사실상 대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ELW시장은 금융투자회사들의 경쟁력 제고와 전문인력 양성에 큰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 시장에 참여하는 회사와 운용인력이 개설초기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ELW의 개발 및 운용 과정에서 헤지 및 유동성공급업무 등 선진금융기법의 습득이 용이해져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다. 현재 각국 경제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상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본마저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무한금융경쟁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 같은 국제금융 현실 속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투자자교육 확대등 질적 개선을 국내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 발전하고 있는 ELW시장이 초기시장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현상 때문에 순기능이나 역할이 부인되거나 외면돼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이런 부정적 현상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새로운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투자의 선택폭을 넓히고 레버리지 상품이라는 특성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투자자교육을 확대하는 등 질적 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경주한다면 ELW시장은 원래의 취지대로 소액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수단을 제공해주고 자본시장이 균형 잡힌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촉매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ELW시장을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킨 특별한 금융 DNA가 내재돼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특유의 창의적인 금융 DNA를 마음껏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금융 강국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