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의견차…한은ㆍ정부 ‘충돌’

한은 “성장률 오히려 개선”…정부“경기회복 아니다”반박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한국경제 성장률이 정부가 예상한 0.5% 훌쩍 뛰어 넘었다.

이에 따라 경기악화를 들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한은에도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정부로서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여전히 한은에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명분이 약해졌다.

지난 11일 0.8%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금리를 동결한 한은은 의기양양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개선이 안 되면) 한은의 판단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전분기 성장률이 낮은데 따른 기저효과여서 경기가 회복되는 신호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올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9%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건설·설비투자·수출의 선전 덕분으로 풀이된다.

1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동탄 신도시 개발·발전설비 건설 등에 힘입어 2.5%를 기록했다. 한 분기 만에 플러스(+)로 반전했다. 증가 폭도 2009년 1분기(4.9%) 이후 가장 크다.

시장에서는 1분기 성장률이 0.8%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일부 증권사는 0.4% 수준까지도 내다봤다. 실제로 1~2월 수출·생산·투자 모두 전년 동기와 견줘 부진했다. 1분기 정부 예산집행률도 28.2%로 목표(30.0%)에 미달했다.

그러나 김중수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8%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수치는 24일 오히려 0.1%포인트 더 높은 수치로 공개됐다.

정부와 경기인식 차를 드러냈던 한은으로선 체면을 세웠다. 한은 관계자는 “0.8%란 전망치는 불과 2주 전에 나온 것”이라며 “한은이 보름 앞도 못 내다보는 전망력을 가졌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수치가 경기 개선을 의미한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3, 4분기 경제가 거의 성장을 못 해 올 1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도 경기 회복 신호가 아니라고 반박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 0.9% 나온다고 해도 절대 경기가 살아난다는 신호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3~4분기 전분기대비 성장률이 각각 0.0%, 0.3%에 불과해 반등해봤자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1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작년 4분기와 같은 1.5%로 2009년 3분기(1.0%) 이후 최악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예산정책처는 전날 내놓은 2013년 수정경제전망에서 “1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지난 2개 분기보다 높아지겠지만 주로 건설투자 호조에 따른 것”이라며 “수출,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여전히 부진한 상태로 자생적 회복이라 간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0.9%가 나왔어도 8분기 연속 0%대의 성장률”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것은 저성장 흐름 자체를 끊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정책보다는 (기준금리 조정과의)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김 총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0%대 성장이라 해서 매우 낮은 것으로 국민에게 혼선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통화정책이 훨씬 더 완화적으로 움직여왔다”며 “정책조화는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상당기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해 금리를 내릴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는 하반기 지출감소로 성장률 하락을 우려하는 만큼 금리 인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지표까지만 나온 만큼 정부와 한은 중 누구의 판단이 맞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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