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보자의 회계책임자가 선거법을 위반해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경우 해당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는 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허범도 전 한나라당 의원이 "회계책임자의 잘못으로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화하는 공직선거법 제265조는 헌법의 연좌제금지와 자기책임원칙에 반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5(기각) 대 4(인용)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후보자는 선거법을 준수하면서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뿐 아니라 최소한 회계책임자 등에 대해 선거범죄를 범하지 않도록 지휘ㆍ감독할 책임을 지기 때문에 이 조항은 후보자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계책임자와 후보자가 선거에서 분리하기 어려운 '운명공동체'라고 보고 선거부정 방지를 도모하려 한 입법적 결단이 현저히 잘못됐다거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대현ㆍ김종대ㆍ목영준ㆍ송두환 재판관은 "회계책임자인 피고인의 주관적 양형 조건도 반영된 형에 의해 제3자인 후보자의 공무담임권 박탈을 예외 없이 연계시키는 것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를 위배한 것"이라며 "회계책임자가 후보자를 배신해 선거범죄를 저지른 경우처럼 후보자와 회계책임자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도 후보자에게는 사실상 변명이나 방어의 기회가 보장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허 전 의원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경남 양산에서 출마해 당선됐지만 회계책임자가 선거운동원 등에게 선거운동 대가를 지급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의원직을 잃자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