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IT이슈] '번호이동 본인인증제' 도입 시급

이통 명의도용등 피해상담 작년 2,600건… 4년새 4배 늘어



이동통신시장의 번호이동제도에 본인확인 절차가 없는 탓에 명의도용은 물론 부정개통, 고객 이익침해, 시장과열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업계와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2004년 시행 이후 번호이동 피해 상담건수는 2004년 667건에서 지난해 2,602건으로 무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피해 유형을 보면 판매점이 고객 명의를 무단도용 또는 부정개통을 하거나 기존 통신사에서 쌓았던 포인트와 장기할인혜택 등 필수정보를 안내 받지 못해 손실을 보게 된 것이 대부분이다. 판매점이 고객명의를 도용하는 이유는 번호이동을 많이 할수록 보조금이 증가하고 새 단말기를 되팔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일부 판매점은 고객이 해지요청을 했음에도 무단으로 번호이동시키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타내다 적발됐다. 한술 더떠 판매점이 휴대폰을 무더기로 가개통한뒤 3개월마다 계속 타사로 번호이동을 하면서 보조금을 착복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또 노숙자 명의의 대포폰을 개통한뒤 한달 이내에 번호이동을 해 이미 받은 단말기는 팔고 번호이동으로 얻은 새 단말기는 대포폰으로 유통시키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판매점 뿐만 아니라 일부 개인들도 일명 ‘폰테크’라는 방식으로 번호이동으로 얻은 새 휴대폰을 팔아 돈벌이를 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번호이동으로 200만원 벌기’란 제목으로 총 13차례 번호이동을 해 200만원을 벌었다는 내용의 글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3개월마다 번호이동을 하면서 받은 새 휴대폰을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바로 인터넷 등에서 되파는 수법을 쓴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 같은 비정상적인 번호이동이 전체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증가시키고 경쟁을 과열시켜 경영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선의의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일부 판매점과 개인이 가로채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이통사에서 받은 포인트와 마일리지, 장기할인혜택 등에 대한 내용을 고객들이 알 수 없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현재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번호이동 제도는 기존 통신사가 해지 고객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게 만들어 해지에 따른 위약금과 포인트ㆍ할인혜택 손실 등을 안내해줄 통로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판매점은 이를 악용해 해지 고객의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몰래 빼내 사용하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이통업계에서는 번호이동시 본인 신청의 진위를 확인하고 위약금ㆍ포인트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번호이동 본인인증’ 제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번호이동 본인인증 제도란 번호이동시 문자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 휴대폰으로 위약금과 포인트ㆍ요금할인 등 관련정보를 고지해준 뒤 본인인증 과정을 거쳐 타사로 번호이동을 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의 경우 번호이동처리 시간이 2~5일이고 프랑스, 독일 등은 10일 이상이 걸린다”며 “번호이동 후 재이동 금지기간을 현재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거나 신규가입이나 명의변경 후 번호이동에 대해서도 제한기간을 둔다면 판매점의 부정행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올 8월까지 번호이동 건수는 3,125만8,802건으로 총 이동전화 가입자 4,514만9,110명의 70%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10%, 일본 20%, 영국 7%에 비해 3~10배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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