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주도권이 전통적인 금융기관, 연금ㆍ뮤추얼펀드 등에서 오일머니, 아시아지역 중앙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4개 집단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들은 투명성이 부족해 규제 밖에 머물면서 기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흔드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4일 미국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 4대 신흥자본 세력은 총 9조1,0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했으며, 이는 2000년에 비해 3배로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지난 2000년에는 "주변부 투자자들에 비해 조금 더 많은 수준의 자산을 가졌다"고 평가됐지만 이제 167조달러에 달하는 전세계 자본시장의 5%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보고서는 이들 4개 집단의 자산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오는 2012년에는 약 21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이들 중 특히 중동의 오일머니와 아시아지역 중앙은행들의 보유외환 움직임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인상과 수출 증대로 급증하는 이들 자산이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면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덩치를 키우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자본시장에 신흥세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통적 강자였던 미국과 유럽지역에서는 이들의 역할을 두고 논란도 적지 않다. 일부 국부펀드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직까지 국부펀드들이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위적으로 가격을 움직이는 것으로 피하기 위해 매우 신중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미 일부 중동지역 펀드들은 수동적인 투자자에게 그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움직임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당국의 통제를 받는 두바이증권거래소는 미국의 나스닥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고 이에 대해 미 백악관과 의회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우려를 표시했다. 보고서는 또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 등 일부 자산시장에 버블이 형성되고 헤지펀드들이 시스템을 교란하는 등 글로벌 금융질서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다이아나 파렐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 본부장은 "신흥자본 세력은 전통적인 세력이 받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며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이라는 기존 시스템도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