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공하려면 파트너십 필요… 투자자는 최소 10년 기다려줘야

■ 슈밋 구글 회장 서울대 특강
다양성·여성참여 확대도 강조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물론 기업이 성공한 뒤에 창립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주목을 받기는 하지만 어떤 기업도 팀이 아닌 한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에릭 슈밋(58ㆍ사진) 구글 회장은 31일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구글 에릭 슈밋과의 대화: 다음을 준비하는 방법'이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슈밋 회장은 "한 기업이 유동성을 갖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7~10년"이라며 "투자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하고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는 최소 10년을 기다릴 수 있을지를 투자자에게 물어야 한다.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 서로의 진정성과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파트너십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돈을 대준 뒤 당장 2년 안에 내놓으라는 식의 투자는 실효성이 없는 만큼 최소 10년을 기다리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슈밋 회장은 이상적인 파트너십 모델도 제시했다. 그는 "구글이 지금과 같은 기업문화를 갖게 된 비법은 가장 똑똑한 사람을 채용한 뒤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모델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위계질서가 강한 사회라고 알고 있는데 더 많은 다양성과 여성의 참여 등을 통해 보텀업(bottom-up) 형태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슈밋 회장은 "전통적으로 경영학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라고 가르치지만 고객은 무엇이 만들어지고 발명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엔지니어들이 무엇을 사용하고 싶은지를 파악한 뒤에 그것을 (고객이) 사용하게 해야 한다"고 예비 창업자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창업 후에는 수익 추구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ㆍ스냅샷 등의 기업들은 초기에는 수익성이 없었지만 많은 유저를 확보한 뒤에 수익성을 갖게 됐다"며 "구글도 처음 설립될 때에는 어떻게 돈을 벌지 몰랐지만 좋은 검색엔진과 많은 유저를 확보한 뒤에 광고를 도입해 수익을 냈다. 만약 처음부터 수익성만 고려했다면 얼마나 잘 됐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일어날 '차기 혁신'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컴퓨터에 질문을 해야지만 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스스로 질문을 해 사회를 파악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는) 예를 들어 한국에 오면 한국에 대한 정보를, 서울대에 오면 서울대의 역사를 스마트폰이 먼저 알려주는 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특강이 열린 300여석의 중강당은 학생들로 가득 찼으며 자리를 찾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복도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특강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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