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올해 상장폐지 조치를 내린 12월 결산법인이 무려 44개사로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코스닥시장의 경우 상장위원회의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상장폐지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1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말까지 상장폐지가 확정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11개 ▦코스닥시장 33개 등 모두 44개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의 ▦유가증권시장 1개사 ▦코스닥시장 18개사 등 총 19개사가 상장 폐지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올 들어 상장폐지 업체가 크게 늘어난 것은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데다 거래소가 ‘클린 증권시장’을 만들기 위해 상장실질 심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익이 나지않거나 실제 자본금도 없는 회사라도 온갖 편법으로 상장폐지를 피해왔지만 올 들어서는 엄격한 기준 때문에 벽에 부딪쳤다. 회계법인도 만약 적정의견을 제시한 기업이 거래소에서 퇴출될 경우 감리대상이 될 뿐 아니라 집단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로 감사의견을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엉터리 기업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퇴출을 피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부실기업을 퇴출하지 않으면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폐지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코스닥시장에서는 헤쎄나ㆍ네오리소스 등 13곳이 상장폐지 결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가증권시장의 연합과기는 재감사를 통해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 상장폐지를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의 퇴출 압박에 저항하는 업체도 적지않다. 미디어코프ㆍ모빌링크텔레콤 등 4개사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반발하며 법원에 상장폐지결정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정미영 코스닥시장본부 공시4팀장은 “지금까지 법원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뒤바뀐 사례는 없다”며 “6월 중순 전에 상장폐지 심사가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제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총괄팀장은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를 통해 연중 수시로 부적격 상장사들을 퇴출할 방침”이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