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지수 압박 가중

외국인 투자자들이 좀처럼 매도공세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8일 낮 12시2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일째 매도행진을 벌이면서2천700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4월25일 이후 지속적으로 주식을 내다팔아 누적순매도 규모를 3조3천억원으로 늘렸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도 1천500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또 지수선물과 옵션시장에서도 '약세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이날 장중 1,350선까지 하락, 지난 11일 고점대비 100포인트 이상 빠졌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악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조됐고, 부동산 버블 우려가 확산되는 등 증시 저변에 악재만 수북하게 쌓여있는 상태다. ◇외국인, 3조3천억원 처분..뭘 팔았나 = 수급적인 측면에서 지수 급락을 초래한 것은 단연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에만 2천5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시장에 물량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828억원, 1천124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으나 외국인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매도세가 본격화된 지난 4월25일 이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조3천억원어치 이상 주식을 내다팔았다.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 규모가 6천363억원에 달한 가운데 현대상선(-5천231억원), POSCO(-4천162억원) 현대차(-2천477억원) 현대모비스(-2천156억원), 현대중공업(-1천217억원), 삼성물산(-1천176억원) 등을 대거 내다팔았다. 반면 금융주와 기업 인수.합병(M&A) 기대가 고조된 종목들에 대해서는 매수 관점을 유지했다. 외국인은 하나금융지주와 한진해운을 각각 900억원, 800억원어치 순매수했고 LG카드 국민은행 신세계 등에 대해서도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 `팔자' 지속될 듯 = 증시 전문가들은 미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증시 분위기는 당분간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단기성 자금의 차익실현성 매도 외에도 일부 외국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일부 자금을 회수하는 등 여러 흐름을 볼 때 외국인이 당분간아시아권에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절반 이상 남아 있는 상태여서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꺼지지 않고 있는 데다 약세장이 지속되면 이 자체가 외국인을 비롯한투자자들의 매도심리를 부추겨 다시 하락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윤석 CSFB증권 전무는 "외국인은 국내뿐 아니라 이머징마켓 전반에서 주식을 팔고 있다"며 "유입 자금은 많지 않았지만 외국인 비중이 40%대로 여전히 높은 데다인플레이션, 원자재값 우려, 경기성장률 둔화 등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외국인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무너진 상황에서 미 소비자 물가 지수가 기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와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라며 "이 같은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시중 자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겨갈 시기는 아니며 당분간 이렇게 큰 폭으로 빠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으나, "외국인 등 수급이 좋지 않은데다 지수가 1,360선을 지지하지 못하면 불안심리가 더욱 확산될 수 있어 당분간 조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신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역할을 해내고는 있으나장세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연기금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까지 11일 연속 순매도를 지속,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 유병옥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는 "장세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더 충격을 받으면 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만 "기관 수급 자체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주식을 많이편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환매가 본격화되지만 않으면 길게 보고 접근하려는 기관들이 많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