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증가세 둔화·격리자 첫 감소에도 … "안심하기엔 일러"

확진자 4명 늘어 126명… 격리자 하루새 125명 줄어
메디힐 등 3곳 격리 전 감염 가능성 커 발병추이 촉각
서울 강남·서초 일괄휴업 해제

"끝까지 환자 곁에…", 12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로비의 전광판에 게시된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 겁니다''라는 손글씨 메모가 지나다니는 의료진과 입원환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권욱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자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격리 대상자 수도 환자 발생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메르스 확산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 바이러스에 장기노출된 병원에서 추가로 환자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데다 보건당국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곳에서도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메르스 확진자 수는 이날 4명이 더 늘어 모두 126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10일과 11일 각각 13명, 14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은 크게 줄어든 수치다. 확대 일로이던 격리 대상자 수도 3,680명으로 전일(3,805명)에 비해 125명 감소했다.

다행히 확진자와 격리 대상자 수를 보면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위험 요인이 산재해 있다. 우선 확진자들이 오랜 기간 격리조치되지 않은 채 입원해 있으면서 바이러스에 장기노출된 병원이 문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서 확진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사람들 중에서 추가 감염자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은 메디힐병원·창원SK병원·을지대병원발(發) 확진자 발생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은경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해당 3개 병원은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의료기관 격리조치 등을 했다"며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경우처럼 환자가 대량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이 맞아떨어질지는 미지수다. 병동 등이 격리되기 전에 이미 많은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당국이 5~6일 창원SK병원에서 1인실을 이용했다고 밝혔던 115번째 환자(77)는 이 기간 1인실이 아닌 6인실을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월 말께 여러 확진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쳤던 평택 소재 병원에서 환자가 추가로 나올 여지도 크다. 지금까지 평택굿모닝병원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된 환자 수는 모두 3명이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보건당국은 119번째 환자(35)가 평택박애병원에서 52번째 환자(54)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119번째 환자는 52번째 환자보다 앞서 평택박애병원을 이용해 동선이 겹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위험요소들이 모두 해소돼야만 메르스가 진정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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