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화학이야기] <7> 어둠을 밝히는 화학

형광등 밝기 조절·수명도 늘려줘


인류문명의 발전사에서 어둠을 밝힌 불의 발견은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다. 빛과 열이라는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가져다준 불로 인류는 태양이 없는 밤 시간대와 어두운 동굴에서도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어둠을 극복했다는 것은 밤 시간대에 그림을 그리거나 문자를 만들어 쓰는 등 문명을 이룩하는 토대가 됐다. 특히 열은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도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다. 인류는 불의 발견 이후 동ㆍ식물성 기름을 이용한 등잔불이나 램프를 이용해 빛을 만들어냈으며 화학적 정제과정을 통해 보다 오래 타고 더 많은 빛을 내는 형태의 조명기구도 제작했다. 특히 석유가 발견되면서 화학적으로 정제된 연소물질을 활용해 빛을 얻게 됐고 가스를 이용한 조명기구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명장치에는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바로 천연광원인 태양빛에 비해 색상을 표현해주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 예를 들어 태양빛 아래서 바라본 붉은색과 조명장치 밑에서 바라본 붉은색은 다르다. 인간이 사물을 보거나 색상을 구분하는 것은 빛이 어떤 사물에 충돌해 반사되는 파장을 눈으로 지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빛이 붉은색의 사물에 충돌하면 붉은색을 나타내는 파장의 빛이 가장 많이 반사되고 이를 인간의 눈으로 감지함으로써 붉은색을 인식하는 것이다. 인간의 시각은 천연광원인 태양빛을 기준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영역은 350~780㎚(나노미터) 대역, 즉 가시광선뿐이다. 물론 350㎚ 이하 대역의 파장이 짧은 자외선, 그리고 780㎚ 이상의 파장이 긴 적외선까지 감안하면 빛의 파장 자체는 인간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넓다. 가시광선의 영역은 넓지 않지만 빨강ㆍ주황ㆍ노랑ㆍ초록ㆍ파랑ㆍ남ㆍ보라 등 7가지 색의 파장이 모두 포함돼 있고 이 때문에 태양빛 아래서는 대부분의 색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조명에서는 발생되는 빛의 파장 영역이 태양빛처럼 넓지 않거나 특정 부분의 색만 가지기 때문에 태양빛에서와 같은 색상 구분이 어렵다. 현재 인류에게 빛을 주는 조명장치의 혁신은 전기의 발명에 토대를 두고 있다. 전기의 발명과 함께 등장한 백열등과 형광등은 인류가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조명장치가 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백열등과 형광등은 화학과 무관해보인다. 하지만 백열등에 주입돼 밝기와 수명을 연장시키는 가스, 그리고 형광등 내부에 발라져 있는 형광물질은 모두 화학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처럼 인류의 어둠을 밝히는 기본적인 조명장치들이 화학적 연구 성과에 토대를 뒀다면 미래의 조명장치 중 하나인 발광다이오드(LED)는 보다 큰 화학적 연구 성과를 필요로 한다. LED는 광(光)반도체에서 발생하는 빛을 이용해 어둠을 밝히는 조명장치다. LED의 개발은 동일한 전기에너지로 보다 높은 효율의 빛을 얻는 것과 수은ㆍ납ㆍ카드뮴 등의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기 위한 환경친화적 목적이 크다. 그래서 개발된 기술이 청색 빛을 내는 광반도체 표면에 황색의 형광물질을 발라 백색에 가까운 빛을 얻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빛을 내는 광원 표면에 다른 물질을 부착하게 되면 아무래도 빛의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형광물질을 통해 백색에 가까운 빛을 내도록 하되 광원의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단의 김창해 박사 연구팀은 바로 이 같은 형광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미 지난해 LED용 황색 형광물질의 개발을 완료하고 LG이노텍에 기술을 이전한 상태다. 현재 김 박사 연구팀은 조명용 고효율 LED 형광물질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새로운 형광물질은 한 가지 색이 아닌 세 가지 색을 포함하는 형태다. 이는 기존의 청색 광원에 황색 형광물질을 결합하는 형태의 빛이 자연색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오는 2011년까지 세 가지 색상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형광물질의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1~2년 내에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형광물질 또는 형광체로만 빛을 만들어내는 것을 미래의 가장 유망한 기술로 꼽고 있다. 이 기술은 광반도체와 같은 광원 없이 형광물질에 전기를 가해 빛을 얻어내는 것으로 벽지나 타일 같은 면(面)광원 형태의 조명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자료제공=한국화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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