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 오길비 '꿈같은 V'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 최종

호주의 죠프 오길비가 27일 끝난 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데이비스 러브3세를 꺾고 정상에 오른 뒤 트로피를 치켜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칼스배드(미국 캘리포니아주)=로이터 연합뉴스

세계랭킹 상위 64명만 참가하는 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랭킹 54위 자격으로 출전했던 호주의 죠프 오길비(29)가 우승상금 13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오길비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 골프장에서 36홀 매치 플레이로 펼쳐진 이 대회 결승에서 노련미 넘치는 중견 데이비스 러브3세(42ㆍ미국)를 3&2(2홀 남기고 3홀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꼭 1년 전 이 대회에 출전자격이 없어 같은 기간 펼쳐졌던 투산 클래식에 참가했다가 나상욱을 연장전에서 제치고 우승한 데 이어 통산 2승째다. 오길비의 우승은 그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믿기 힘든(Unbelievable) 일’이었다. 결승전 후반 18홀 동안은 나름대로 우세한 플레이를 펼쳤으나 결승에 가기까지는 거의 매번 막판까지 궁지에 몰리다가 기사 회생했기 때문이다. 64강전에서 만난 마이클 캠벨(뉴질랜드)은 19번째 홀에서, 32강전과 16강전에서 붙었던 닉 오헌(호주)과 마이크 위어(캐나다)은 각각 21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제쳤다. 모두 상대방이 퍼팅 하나만 성공시켰으면 오길비는 짐을 싸야 할 만큼 팽팽한 접전이었고 극적인 막판 역전 승이었다. 8강전에서 만난 데이비드 하웰(잉글랜드) 역시 19홀까지 가는 힘겨운 대결 끝에 1홀 차로 눌렀던 그는 4강전에서 톰 레먼(미국)을 만났을 때 비로서 4&3의 다소 여유 있는 승리를 챙겼다. 결승에서도 3&2로 정해진 홀을 모두 마치기 전에 승부를 마무리했지만 그는 닷새 동안 총 129홀 경기를 치르는 대회 8년 역사상 최다홀 플레이 기록을 남겼다. 매치 플레이 특성상 18홀 이전에 플레이를 마치는 경우가 많지만 오길비는 총 6번의 대결 중 4번이나 연장 홀 플레이를 했다. 그는 또 캠벨(US오픈), 위어(마스터스), 레먼(브리티시오픈)에 러브3세(PGA챔피언십)까지 4대 메이저 우승자를 모두 물리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길비는 “처음부터 마음을 비웠는데 운이 좋았다”며 뜻밖의 행운에 감격해 했다. 그러나 그의 우승은 결코 행운만으로 이룬 것은 아니다. 특히 결승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눈부셨다. 오길비는 이날 결승 경기에서 내내 끌려 가다가 16번홀에서 처음 1홀차로 나섰다. 28번째 홀까지 1타차로 쫓겼던 그 샷이 빛을 발한 것은 29번째 홀인 11번홀(파5). 4번 아이언으로 227야드를 날려 홀 1.8m쯤에 볼을 붙인 뒤 가볍게 이글을 기록했다. 사실상 이 홀에서 러브 3세의 추격 의지를 꺾어 버린 오길비는 12번홀 버디로 3홀차, 14번홀 러브3세의 보기로 4홀 차까지 달아났고 15번홀 러브3세의 버디로 3홀차로 간격을 좁혔으나 16번홀을 비기면서 경기를 끝냈다. 결국 지난 2000년 준결승과 2004년 결승에서 타이거 우즈에게 무릎을 꿇고 우승 꿈을 접었던 러브 3세는 오길비에게 발목이 잡히며 다시 한번 대회 우승 목전에서 좌절했다. 그는 “막판에 실수가 너무 많았다”며 스스로 크게 긴장해 무너졌음을 인정했다. 한편 3~4위전에서는 29세의 3년차 잭 존슨(미국)이 레먼을 1홀차로 제쳐 3위가 됐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