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에 직접 모델로 깜짝 등장했다. 박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회담이나 식사 자리에 한복을 입고 등장한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직접 패션쇼 모델로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첫 공식 일정으로 8일(현지시각) 오후4시 경남하노이 랜드마트 5층 컨벤션홀에서 개최된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의 엔딩 부분에 직접 모델로 출연하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한복 전도사' 역할을 자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은박이 박힌 미색 저고리와 연한 개나릿빛 치마를 입고 하늘색 두루마기를 걸친 채 10m가량 무대를 거닐었다.
박 대통령이 전통 한복을 입고 세계 톱 모델 못지않은 우아한 자태를 선보였을 때는 관람객들의 탄성과 환호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응우옌티조안 베트남 국가부주석과 황뚜언안 문화부 장관, 응우옌티추엔 노동부 장관, 부쑤언홍 한ㆍ베트남친선협회장 등 베트남 측 고위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파격적인 변신과 소탈한 마음 씀씀이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베트남 측으로부터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선물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전통문화와 한복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피력해왔는데 이번 패션쇼 무대에 오른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문화융성'을 몸소 실천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베트남 국빈방문에서 원전협력, 한ㆍ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경제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은 것은 물론 한복-아오자이 패션쇼를 통해 양국 간 문화교류의 장도 한층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전통 옷을 입고 패션쇼를 하는 것 자체가 문화적으로도 협력을 확대하고 이해와 친밀도, 상대에 대한 배려를 높이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5월 미국, 6월 중국 순방에서 한복 등 다양한 복장을 통해 '패션 외교'를 펼쳐왔다. 박 대통령은 이번 러시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베트남 국빈방문에서도 패션 외교를 보여줬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의장국인 러시아 국기가 흰색과 파랑색ㆍ빨강색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해 정상회의 기간에 흰색ㆍ파랑색ㆍ빨강색 재킷을 차례대로 입었다. 7일 러시아를 떠나기 전 에르미타지미술관을 관람했을 때는 금색 단추가 달린 미색 블라우스 풍성한 금색 치마를 입어 고풍스러우면서도 화려한 미술관의 분위기와 맞췄다.
특히 6일 오후 미하일로프스키궁에서 열린 현지 교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진녹색 옷고름이 달린 선홍빛 한복을 입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패션쇼에는 베트남 정ㆍ관계 인사와 문화예술계 주요인사 300여명이 참석했으며 우리 측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전대주 주베트남 대사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아름다운 동행, 멋진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패션쇼에는 한국과 베트남에서 각각 17명, 2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각각 34벌씩 총 66벌의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이용주(그레타리한복), 이효재(이효재한복) 등 원로 및 중진 디자이너, 조진우(백옥수한복), 김민정(한복린) 등 신진 디자이너, 오점희(예지한복), 강혜경(강혜경한복) 등 지방 중견 디자이너 등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들은 조화와 전통, 화려함과 세련됨, 자연스러움과 친근함 등 아름다운 한복의 모습을 베트남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등 양국 간 패션문화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베트남의 앙드레 김으로 불리는 베트남 국부급 디자이너 란흐엉과 신진으로 새롭게 촉망 받고 있는 렌시호앙은 아오자이의 화려함과 모던함을 보여줬다.
패션쇼에 앞서 리셉션장에서는 '한국 족두리에 대한 100가지의 해석'이라는 주제로 전통직물, 목화솜, 금박, 은박, 산호, 비취 등을 이용한 족두리 100여점이 전시됐다. 양국 전통악기 연주에는 한국 측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3명이 한국의 정서와 향수를 자아내는 '메나리', 비 오는 날의 상큼함과 경쾌함을 표현한 '비 오는 날' 등의 곡을 연주했다. 베트남 측에서는 단찬 등 전통악기 연주팀 3명이 사랑ㆍ사람ㆍ고향에 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북부지역 민요 2곡을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