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법안이 29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내년 7월부터 주 5일 근무 시대가 도래하게 됐다. 주 5일 근무가 사업장에 속속히 도입되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성공적인 주 5일제를 정착하기 위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근무시간 단축을 통한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파트타임 등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경영 부담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행 주 5일 법안은 제조업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도입 방안이 마련됐기 때문에 `교대 근무`를 실시하는 근로자들이 효과적으로 주 5일 근무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 5일 근무 시대의 개막=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이창숙(32세)씨는 지난 해 은행들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주말 생활이 180도로 바뀌었다. 이 씨는 “이틀간 가족들과 강원도 등으로 여행을 가고 주말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틈틈이 자기계발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는 직장인들의 생활을 바꾸고 있고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이 400의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늘어난 휴일을 주로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밝혔고 52%는 `자기 계발을 하면서 주말과 휴일을 보낸다`고 응답하는 등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경제 전반적으로는 파트타이머 등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돼 경제 활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주5일제 실시로 새로운 일자리가 68만개가 새로 창출돼 총 고용이 5.2% 늘어나고 잠재성장률도 5.2`%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인건비 부담 문제= 경제단체들에 따르면 주5일제 실시로 대기업은 9%, 중소기업은 최대 20%가량 인건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 5일제 도입 기간이 늦어지지만 특히 중소기업들은 경영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법정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초과 근로가 늘어나는 것이 뻔하다”며 “인건비 부담이 약 20%를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경영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상쇄할 만큼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전문가들은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것은 분명하지만 시간당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는 생산직의 경우에는 단축된 근로시간 만큼 생산성 향상이 어려워 생산성 제고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 이외에 기존 업무의 합리화와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관계의 새 불씨= 이제 전국의 주요 사업장에서 주 5일제 법안 도입을 위해 노사간에 다양한 협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아직 올해 임단협이 체결되지 않은 곳은 당장부터 임금보전 방식 등을 놓고 노사가 줄 달리기를 하고 내년 임단협에서는 중요한 과제로 선정,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주 5일제 법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노사간 극한 대립의 양상을 보였던 것처럼 산업현장이 곳곳에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 석유화학ㆍ운수ㆍ병원 등 교대근무를 실시하는 등 변형적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사업장들을 위한 효율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희 노동연구원 박사는 “정부의 주 5일제 법안은 제조업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근무단축에 따른 임금 계산방식을 놓고 노사간에 갈등을 빚을 수 있다”며 “근무형태 변화에 따른 개선방안을 노사가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