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기강을 잡아야 할 청와대가 내부에서부터 ‘기강해이’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비밀문건이 유출되는가 하면 행정관이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 데 이어 골프 금지령 속에서 비서관이 주말 골프를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김남수 사회조정 2비서관은 지난 26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비서실 워크숍이 끝난 직후 경기도 여주의 자유CC 골프장을 찾아 지인 3명과 골프를 했다. 김 비서관이 골프를 한 시점은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양극화 관련 워크숍을 가진 직후다.
이번 워크숍은 올해 중점 추진과제에 대한 비서실 내부의 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인 동시에 이해찬 총리의 골프파문 이후 흐트러진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김 비서관은 기강확립 차원에서 진행한 워크숍이 끝나자마자 골프장으로 달려간 셈이다. 더군다나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골프 금지령’을 내린 상태였다.
이에 앞서 23일 국가청렴위원회는 공직자들의 골프를 사실상 금지하는 ‘골프 및 사행성 오락 관련 공직자 행위기준에 관한 지침’을 의결했다. 이 지침은 모든 공직자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든 관계없이 직무 관련 민간인과의 골프를 금지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골프를 칠 경우 미리 소속 기관장에게 보고토록 한 것이다.
청와대는 김만수 대변인은 28일 “조사결과 직무관련성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직사회 전체에 골프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청와대 비서관이 주말 골프를 즐겼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청와대의 기강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28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공직기강이 허물어질대로 허물어졌다는 단적인 증명”이라며 “힘없는 일반직 공무원들은 문제없는 골프모임까지 취소하는 마당에 청와대 비서관의 이런 행위는 (공직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만 가속화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