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A씨는 약을 처방 받기 위해 동네 내과를 주기적으로 찾고 있다. 의사는 A씨를 진료할 때마다 담배를 끊고 체중을 줄이라고 강조한다. A씨는 병원에 다녀온 뒤 생활습관을 바꾸려 노력해보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하루 이틀만 지나면 다시 평소대로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A씨는 어떤 음식이 몸에 좋고 하루에 운동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누군가 알려주고 주기적으로 확인해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동네 의원에서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 치료를 받고 있는 A씨 같은 환자들이 건강상담을 보다 충분하게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주기적으로 건강관리까지 신경쓰는 1차의료지원센터(가칭)가 내년 우선 4개 시ㆍ군ㆍ구에 설치돼 운영을 시작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9일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국내 당뇨병환자의 치료율은 62.1%지만 병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조절률은 28.1%에 불과하고 흡연율과 고위험음주율, 건강 식생활 실천율 등 건강행태는 일반인보다 되레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질환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적극적인 일차의료와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에 따라 이번 사업이 마련됐다.
서비스 대상은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 질환자를 기본으로 하되 소아비만ㆍ아토피ㆍ천식ㆍ만성전립선염 등 지속적 건강관리가 필요한 환자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별로 2곳씩 만들 예정인 1차의료지원센터에는 간호사와 영양사 등이 배치돼 환자에게 운동계획, 식단 등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금연클리닉 같은 외부 전문기관을 소개시켜주기도 한다. 그 이후 환자가 계획대로 건강관리를 하는지 수시로 점검하며 관련 정보를 환자가 다니는 동네 의원에 제공한다. 동네 의원에서는 센터로부터 받은 정보를 토대로 알맞은 건강관리 방법 등에 대해 충분하고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한다.
정부는 지역 의사회나 의료기관들이 구성한 법인 등이 직접 센터를 운영하도록 하고 운영비(내년 11억원)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가 만성질환관리를 직접 통제한다는 의료계의 우려를 없애기 위한 조치다.
시범사업에 참여해 환자들에게 추가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 의사들에게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급여를 지급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해 합병증을 예방한다면 연간 2조7,000억원의 각종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투입 비용 대비 2.29배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복지부는 분석했다. 아울러 동네 의원을 활성화시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도 볼 것으로 예상됐다.
복지부는 내년 1월까지 시범사업 지역을 결정하고 4월 센터를 연 뒤 7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성창현 복지부 1차의료팀장은 "시범사업의 경과를 3년 정도 지켜본 뒤 전국에 제도를 시행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