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돌] '해방둥이' 기업의 현주소

한진·태평양·중외제약 알짜·대표기업 우뚝
해태제과·삼립식품 재도약 위해 잰걸음
동아건설·조선양조 파산… 옛영광 뒤로


‘광복 60주년과 함께 해 온 역사, 새로운 60년을 향해 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1945년에 탄생해 한국경제와 함께 ‘부침’을 거듭한 20여개 ‘해방둥이’ 기업들의 현주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방둥이 기업들은 국가 재건과 맞물려 ‘먹고 자고 살아 남는 것’이 중요했던 시대상을 반영하듯 식품과 약품, 건설 관련 회사들이 주를 이뤘다. 삼립식품, 해태제과, 고려당, 태평양, 중외제약, 대웅제약, 디피아이(노루표페인트), 건설화학(제비표페인트) 등이 모두 해방둥이 기업들이다. 이들은 반세기를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국내 대표기업으로 우뚝 서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등 그 행보에도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알짜ㆍ대표기업으로 우뚝= 해방둥이 기업 중 현재 가장 큰 기업군으로 성장한 곳은 한진그룹. 한진은 고 조중훈 회장이 1945년 트럭 한대로 ‘한진상사’를 차려 운수업에 뛰어든 지 60년 만에 대한항공과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등 23개 계열사, 2개 학교법인, 1개 병원을 거느린 국내 대표적 수송그룹으로 성장했다. 태평양도 60년간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는 신화를 일구며 화장품 1위 업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제약업계 3~4위 권을 달리는 중외제약도 1976년 기업 공개 이후 현재까지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1,500개 상장사 중 9년 연속 이익증가율 2위에 오르는 등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위기 딛고 다시 일어난다 = 식품업계의 ‘해방둥이’ 인 해태제과는 1945년 10월 민족 자본과 우리 기술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제과회사. 지난 97년 부도로 UBS컨소시엄에 인수되는 고비를 겪기도 했으나 재기에 성공하면서 지난 1월 크라운제과에 인수돼 새 길을 걷고 있다. 45년 10월 서울 을지로 제과점 ‘상미당’에서 출발한 삼립식품은 제빵업계의 산 증인.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2002년 파리크라상에 인수된 뒤 종합식품회사로 변신, 재도약에 나섰다. 노루표 페인트로 유명한 ㈜DPI(옛 대한페인트잉크)는 60~70년대 새마을 운동 바람을 타고 비약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97년 도료의 90%를 공급한 기아차 부도로 한차례 위기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임금동결, 상여금 반납 등 전사 차원의 ‘회사 살리기 운동’을 펼친 끝에 고비를 넘겼다. ◇사라진 옛 영광 뒤로 한 채…=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이름을 날리던 동아건설은 현재 파산절차를 밟고 있을 정도로 몰락했다. 오는 20일 창사 60주년 기념일도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넘어갈 예정이다. 동아건설은 중동특수가 한창이던 80년대에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총 64억달러에 수주하는 등 기세를 올렸으나 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98년 9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1호 기업으로 지정됐다. 이후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2000년 워크아웃 중단 결정이 내려진 데 이어 이듬해 파산 선고를 받았다. 조선양조는 두산그룹에 인수돼 두산백화로 이름을 바꾼 뒤 ㈜두산에 합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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