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칼럼] 이공계 박사학위의 양과 질
김현민
교육인적자원부에 의하면 지난 2005년도에 우리 국민으로 이공계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사람은 4300명에 달하며 이중 4000명이 국내 대학으로부터 배출됐다고 한다. 이른바 ‘국산 박사’ 가 증가돼 양적으로는 세계 5위의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산 박사라는 용어는 해외 유수 대학의 박사학위의 질에 부정적으로 빗대기 위해 사용됐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최근에 이공계 국산 박사학위가 질적으로 경쟁력을 지니게 되는 긍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산박사' 양적으로 크게 늘어
국내 유수 대학의 경우 연구시설이 현저히 개선돼 우수한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박사학위 중에 연구 성과물을 국제학회에 표하는 일, 해외의 대학이나 연구소 중ㆍ단기 연수를 통해 견문을 넓히는 일, 유력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일들이 일반화돼가고 있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국내 박사의 연구와 논문의 양과 질이 해외 박사의 그것들을 상회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해외 박사의 전유물처럼 보였던 대학의 교수직에 국내 박사가 업적과 능력에 의한 경쟁을 통해 임용되는 것이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정부와 대학의 오랜 노력들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인데, 과와 실의 논의를 떠나 지난 BK21 프로그램이 이러한 결실에 특히 바람직한 역할을 한 것도 인정해야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박사학위의 양과 질의 변화가 진정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대학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의 학위기에는 과정을 마쳤으므로 학칙에 의해 박사학위를 수여한다고 되어 있고, 일본의 그것에는 정해진 요건을 충족해, 미국의 그것에는 그냥 박사학위를 수여한다고 돼 있다. 사전에 박사는 대학에서 수여하는 가장 높은 학위로서 대학원의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위원회가 실시하는 종합시험에 합격한 후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해 통과하면 수여받는다고 정의돼 있다. 국내와 해외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받기 위한 이러한 피상적인 과정, 즉 교과과정 이수, 종합시험, 논문심사를 거치는 절차는 달라 보이지 않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작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국내 대학에서는 학위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논문심사가, 미국 등의 대학에서는 전공 전반의 지식을 평가하는 종합시험이 각각 상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구두로 진행되는 종합시험에서 예비 박사는 몇 명의 심사자들로부터 예측할 수 없고 막연한 전공 일반의 기초에서 응용에 이르는 다양한 질의를 받게 되는데 이러한 구두심사는 탈락률이 높은 것을 큰 특징으로 한다.
필자가 독일의 어느 대학에서 열린 공학박사학위 종합시험을 견학한 바, 예비 박사인 학생은 다섯 명의 교수로부터 한 가지 질문에 대해 답하며 그 답에 꼬리를 물고 또 물어 질의를 계속하는 무려 6시간에 이르는 엄격한 자격심사를 받고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예비 박사는 심사자에게 거꾸로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이 시험을 즐기고 심사자들과 동등한 입장에 다가가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해진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격이 있어 박사학위를 수여한다는 원칙에 우리 대학들보다 충실하고 있다.
자질검사 강화해 경쟁력 키워야
이공계 연구인력, 특히 박사인력의 양과 질은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경쟁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전공 분야에서 독립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 연구를 수행하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학위연구의 질을 평가하면 세분화된 기술을 추구하게 됨으로써 그 기술의 사양시기에 신기술을 발상하는 능력이 부족해진다. 이러한 능력은 개념과 기초에 충실한 포괄적인 전공지식으로부터 산출되는 것인데 우리 대학들이 그러한 교육과 평가에 충실하고 있을까 반문하며 반성해보게 된다.
대학에서 산업계의 수요에 충실한 인력양성이 부족해 박사가 많아지며 박사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산업계에 필요한 기술 위주의 맞춤형 고급인력 양성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인적자원의 미래를 위해 박사학위의 정성적 자질심사를 강화하며 양와 질을 조화롭게 제어해야 할 시기가 온 것으로 생각된다.
입력시간 : 2006/11/02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