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 뒤집어 버리겠다" 17일 살해 결심 드러나 '충격' GP 근무규정 위반·욕설 난무…지휘관 문책
입력 2005.06.20 12:52:12수정
2005.06.20 12:52:12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최전방 GP에서 총기 난사로 장병 8명을 살해한 김동민(22) 일병은 범행 이틀전 범행을결심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육군 합동조사단은 20일 사고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김 일병이 범행 이틀전인지난 17일 평소 선임병들로부터 잦은 질책과 욕설 등 인격모욕을 당한데 앙심을 품고 선임병을 살해할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조사단장인 박철수 육군본부 인사근무처장(준장)은 "김 일병은 사전에 동료들에게 소대를 뒤집어 버리겠다는 얘기를 했고 현장 검증을 통해 그의 이런 생각을 확인했다"고 말해 김 일병이 부대원 전원을 살해하려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병영 내무반에서 언어폭력 등 부조리가 존재하고 상급자가 하급자를인격적으로 모욕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현역복무 부적합 병사 관리에도허점이 드러났다고 합조단은 설명했다.
지난 1월 14일 전입한 김 일병은 선임병들로부터 구타 및 신체적 가혹행위는 없었으나 빈번한 인격 모독성 언어폭력 피해를 당했으며 범행을 결심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 오후 3시께도 부대원 농구시합 도중 신모 상병으로부터 "일병 달았으면 군생활 다 끝나는거냐? X 새끼야"라는 등의 폭언을 들었다.
신 상병은 같은 날 오후 5시에도 취사장에서 청소를 하던 김 일병에게 "X 새끼야, 고참이 물을 퍼내는데 보고 그냥 가냐"며 나무란 사실도 드러났다.
천모 일병은 선임병들이 평소 동료인 김 일병을 내성적인 성격과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자주 질책했으며 이에 대해 김 일병은 GP에 투입된 뒤 "수류탄 까고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등의 폭언을 3~5회 가량 한 것으로 진술했다.
합조단은 부대원 16명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설문 조사 결과, 폭행 및 물리적가혹 행위는 없었으나 언어폭력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냈으며 응답자 중 4명은 선임병의 폭언이 심했다고, 7명은 암기를 강요했다고 각각 응답했다.
합조단은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 김 일병이 선임병 질책과 욕설 등 인격모욕에앙심을 품고 지난 17일 살해할 것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GP 경계 지침서를 임의로 변경하고 탄약 지급 및 반납 절차를 제대로준수하지 않는 등 경계근무 기강이 문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육군은 지휘 책임을 물어 해당 부대 및 상급부대 관련자들을 규정에 따라 엄중문책하기로 했다.
조사에 따르면 김 일병은 19일 오전 2시 30분께 후방초소 근무중 이모 상병에게다음 번 근무자를 깨운다고 보고한 후 내무실로 이동하다가 범행을 결행하기로 최종결심을 했다.
김 일병은 오전 2시 36분께 사망한 이모 상병을 향해 수류탄 1발을 던지고 곧바로 내무실을 빠져나와 상황실 근무자를 사살하기 위해 상황실로 이동하던 중 체력단련실에서 나오는 소초장 김 중위를 발견, 총기를 난사해 사살했으며 상황실에서 나오는 이모 신임 소대장(중위.소초장)을 향해서도 총기를 난사했으나 이 소대장은 즉각 피해 화를 모면했다.
그는 이어 오전 2시41분께 취사장으로 가 조모 상병의 다리를 향해 난사했고 조상병이 쓰러지자 확인 사살하는 잔임함도 보여줬다. 2분뒤에는 내무실로 다시 들어가 수류탄 투척으로 아비규환이던 동료들을 향해 한 탄창에 든 25발을 모두 발사하고 전방 초소로 이동했다.
김 일병이 내무반을 습격한 14분뒤인 오전 2시 50분께 신임 소대장 이 중위가 "전투복을 입은 사람을 봤다"며 전투복을 입고 있던 병사 5명을 관측장교실로 모이도록 했으며 김 일병을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았다고 합조단은 설명했다.
합조단은 김 일병이 수류탄 1발을 던지고 K-1 소총 44발을 난사해 장병 8명을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육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근무기강 확립과 GP 경계 지침서를 보완키로 했으며야전부대 및 신병교육기관, 군사교육기관에서 장병 기본권 보장 교육을 강화하기로했다.
육군은 또 월 2회 시행하던 복무 부적합자 심사를 수시로 하기로 했으며 장병기본권 전문 상담관 제도를 조기에 시행토록 했다.
육군은 사망자 8명에 대해 추서진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이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