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8일 회사측의 자료은폐,조작으로 정확한 감사를 하지 못했음에도 불국하고 `적정의견`을 낸 회계사는 부적절한 감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회계사의 안일한 감사태도를 문제삼은 것이다. 감사대상의 눈치를 보며 회사자료만 보고 일방적으로 회사측에 유리한 판단을 해온 그릇된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걸고 회계사의 보다 엄격한 업무수행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투명경영과 맞물려 투명회계 및 감사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얼마 전에도 서울지법은 기업의 분식회계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는 투자자에게 기업의 경영진과 부실감사를 한 회계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바 있다. 예금보험공사도 `고합`의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과 회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키로 했다.
오랫동안 적당히 꾸미는 분식회계가 관행처럼 되풀이 되는 동안 이를 `적당히 눈감아 주는 회계감사`가 일반화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분식회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이 없을 정도다. 분식회계가 관행처럼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데는 회계사의 부실감사가 한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회계사들은 회사자료의 부실 등을 이유로 책임문제를 피해 나갔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회사의 자료에만 의존해온 그 동안의 외부감사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회사자료가 부실해 회계부정을 발견하기 어려우면 감사증거를 더 수집하거나 이것이 불가능하면 `한정의견`이나 `거절의견`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회계사들은 감사수수료 때문에,즉 `유착`관계 때문에 이 같은 적극적인 감사를 하지 못했다.
수십년동안 누적된 분식회계는 우리경제가 털고 가야 할 과제의 하나다. 과거의 분식회계를 일괄 사면하거나 이를 정리할 일정한 유예기간을 주자는 주장까지 최근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이를 위해서도 회계사들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아무리 과거의 분식회계를 사면해도 정확한 감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명경영 풍토의 정착은 기대하기 어렵고 또 다른 분식회계가 뒤를 잇게 된다.
투명회계를 통한 투명경영은 바로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나라마다 이를 위해 회계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회계제도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미흡한 점이 많다. 회계법인과 회계사의 민ㆍ형사 책임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인회계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판결이 연이어 나온 것도 이 같은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