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합니다/김영종 동아증권 사장(로터리)

금주 중에도 한차례 전국적으로 비가 올 것 같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다. 어디선가 용이 또 한마리 나올까 조마조마하다. 이래가지고서는 곤란하다.경제는 수렁에서 헤매고 있고 북한의 아우성 소리는 드높아만 가고 있다. 또 21세기의 시작이 이제 천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정치하는 양반들은 진짜 모두 외계인들인지, 경제현실 여건을 알고도 모르는 체 하는지, 또 아예 모르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아무리 선거의 해라고 전직 대통령의 구속사태이래 연속적으로 정치권에서 터뜨린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구조조정과 경기순환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라는 중증환자에 계속해서 방망이로 두드린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교훈도 많이 얻었고 한보사태, 김현철씨 문제, 대선자금 문제 등의 본질도 웬만큼 파악된 상황인것 같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경제에 큰 부담을 주었던 사안들을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제는 더이상 무책임하게 떠들면서 국론 분열과 국력의 낭비만 초래하는 문제들을 정략적 차원에서 제기하는 것은 정말 자제했으면 한다. 정치도덕도 좋고, 정치개혁도 물론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이제 기나긴 불황의 바닥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수출도 조금씩 나아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3년 동안 투자자들의 피를 말리던 증권시장도 기지개를 펴고 있지 않는가. 이제부터라도 정치하는 양반들께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경제하는 분들한테 한번쯤 물어보고 실천에 옮기라고 제안하고 싶다.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는 바로 이것이 국민들로부터 표 한장이라도 더 얻을 수 있는 행동일 것이다. 그나마 조금씩 회복해가고 있는 중환자를 전문의들이 제대로 처방하고 환자가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있어 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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