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납입 미확인 상태서 횡령시 70% 본인 책임

보험가입자가 보험료를 보험설계사에게 건넨 뒤 실제 납입이 됐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설계사가 보험료를 횡령다면 가입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윤준 부장판사)는 보험가입자 이모씨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거치형 보험료 1억5,300만원을 달라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보험회사의 책임을 30%로 제한해 4,500만여원만 물어주라고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회사는 보험설계사 이씨가 보험료를 횡령해 원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계약 내용이나 보험료 지급에 무관심했던 것으로 보이는 원고의 잘못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청약서에 ‘1회 보험료 영수증을 반드시 확인하라’는 문구가 있는데도 원고가 영수증 등을 받지 않고 1년 넘게 방치한 점, 보험료 납입여부를 1년 넘도록 확인해 보지 않은 점, 적립형 보험의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원고의 과실비율을 70%로 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보험가입자 이씨를 대리해 아버지가 딸 명의로 모 보험회사에 보험료 1억5,300만원을 한번에 보험료로 납입하는 거치형 보험과 매달 700만원을 7년간 납입하는 적립형 보험을 들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료를 받아 적립형 1회 보험료 700만원을 납입했지만 거치형 보험료 1억5,300만원은 납입하지 않고 빼돌렸다. 이후 보험설계사는 이씨에게서 따로 보험료를 받지 않은 채 700만원씩의 적립형 보험료를 12개월간 납입하다가 느닷없이 사라졌고, 이씨의 딸은 3개월 후 보험계약을 해약해 5,900만여원을 환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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