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석의 '사진의 결정적인 순간'] (4)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은 얼마일까?

사진=Andreas Gursk, Rhein II (1999)

사진=Cindy Sherman Untitled #96

사진=Jeff Wall Dead Troops Talk

요즈음,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집, 사무실 벽에 사진작품이 걸려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과거 공간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회화의 자리에 서서히 사진작품이 들어서고 있는 추세이며, 인테리어로서 혹은 작품수집으로서 사진의 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사진은 복제되기 때문에 원본에 대한 독점력이 떨어져 그 가치를 인정받기가 과거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사진 예술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되고, 미술 시장의 팽창으로 미지의 영역이었던 사진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한다. 사진을 사고파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커져 작품사진의 가격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최고가 기록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은 어떤 작품이고 누가 찍은 것일까?

1. 안드레아 구르스키 < 라인 II> $4,338,500 한화 약 46억 원

2011년 11월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는 끝을 모르고 가격이 오르는 사진 작품이 있었다. 가로 3.6 미터 세로 1.9 미터에 달하는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라인 강을 촬영한 사진은 그날 사진 역사상 최고액에 거래되는 작품이 됐다. 애초 30만 달러 내외의 예상 낙찰액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었다. 하늘과 강 그리고 강변의 모습을, 반듯한 수평적 구성과 압도적인 스케일로 표현한 이 작품은 관객이 실제 강 앞에 서 있는 착각이 들게끔 한다. 독일 유형학적 사진의 대표작가인 구르스키는 세계 최고가 사진 10개 중의 3개가 본인 작품일 만큼 명실공히 현대 사진 예술에 가장 비싼 작가이다.

2. 신디셔먼 <무제 #96> $3,890,500 한화 약 41억 원

구르스키의 작품이 등장하기 전 6개월 동안 세계 최고가 사진의 주인공은 신디셔먼이었다. 그녀의 작품 ‘무제#96번’은 2011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뉴욕의 한 미술애호가에게 41억여원에 낙찰됐다. 셔먼은 1977년부터 본인이 직접 다양한 역할로 변장해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는 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이 작품은 ‘무비 스틸컷’ 시리즈로 누구나 봤음 직한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영화 스틸컷 형식을 빌어 표현했다. 환갑이 된 지금까지도 여성과 몸에 대한 끊임없는 그녀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3. 제프월 , <죽은 군대는 말한다> $3,666,500 한화 약 39억 원

현재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싼 작가는 캐나다 사진작가 제프월이다. 그는 전쟁의 참혹함을 19세기 전통 서사화 방식을 빌어 사진으로 재구성했다. 사진에 등장하는 병사 개개인의 표정과 행동들이 실제 전쟁의 모습을 축소해 보여주면서 관객은 실제 전쟁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제프월은 실제 순간을 포착 한 것 같지만, 사진을 합성하거나 재배치를 통해 사진의 진실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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