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분기 대비 0.9% 성장은 2년 만에 최고치다. 비록 8분기 연속 0%대 성장이지만 지난해 3ㆍ4분기와 4ㆍ4분기에 각각 0%와 0.3%에 그친 데 비하면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갖게 할 만하다.
이번 지표는 외형적 모습만 본다면 한은의 경기판단에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한은은 그동안 우리 경제가 미약하나마 회복가도에 있다며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3분기 연속 1%대를 면치 못하는 것을 두고 바닥경기를 벗어났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기저효과에 주목한 기획재정부는 회복의 신호가 아니라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경기해석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회복 강도로는 저성장 리스크를 걷어낸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더더욱 어렵다. 추경 편성이라는 호재가 있지만 나라 밖으로는 엔저 공세에 북핵 리스크라는 새로운 악재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미약한 회복세가 탄력을 받고 치고 올라갈지, 아니면 성장동력이 떨어질지 섣불리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1년 전 이번 수준인 0.8% 성장을 기록한 뒤 고꾸라진 뼈아픈 경험이 있다. 정부나 한은이나 '상저하고' 타령하다 정책대응에 실기한 탓도 컸다. 그런 점에서 양측이 경제상황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국민에게 면목 없는 일이다. 한은이 우쭐댈 것도 아니고 정부 역시 필요 이상의 비관론만 설파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동원 가능한 정책을 여하히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진로가 달라진다. 추경에서 공약이행과 지역민원 해결 같은 거품성 지출을 빼내 경기대응 재원으로 돌려야 한다. 아울러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한계를 감안한다면 정부나 한은이나 민간의 활력을 어떻게 북돋울 것인지 좀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