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담화] '과거담화' 물타기로 주변국 사죄요구 비켜가… 진정성이 없었다

"지금까지 반성·사죄해왔다" 우회적 책임 회피
위안부를 '존엄에 상처입은 여성'으로 표현해
말로는 "역대담화 계승"… 뜯어보니 대폭 후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지켜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어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말고 이후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담화 내용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서 실익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되 경제 및 안보,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협력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확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일본학연구소장)는 "아베 총리와는 달리 상당수의 일본 국민들은 역사 화해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희망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일본을 다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면서 "아베 담화에도 불구하고 올가을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일관계는 풀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한일관계가 아베 총리의 입에 달려서는 안 된다"며 "발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한일관계의 미래 비전을 보고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일 대사를 지낸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소장은 "아베 담화 내용이 우리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등 과거사와 관련된 실질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하는 양면작전을 구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아베 담화 자체가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를 향한 내용인 만큼 애초부터 식민지 지배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사과가 담기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전 대사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인식을 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만큼 이 같은 대일외교 기조 속에서 일본과의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담화와 관련해 여러 차례 아베 총리에게 "역대 내각 담화의 역사인식을 확실하게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한 만큼 아베 담화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 12일 "아베 담화가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다음달 3일 중국의 항일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나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여부 등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행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베 담화의 결과를 대일 외교전략에 얼마나 반영해야 할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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