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41로 움직인 이 수. 이창호가 오래 전부터 노리고 노린 수였다. 백42로 일단 막은 것은 절대점이고 흑43으로 내려섰을 때가 문제였다. 창하오는 26분을 생각하고 44로 막았는데 이창호는 이 수를 ‘약간 의문’이라고 평했다. “상대를 고심하게 하는 것이 승부의 요령이잖아요. 실전의 백44는 상대로 하여금 조금도 고심할 필요가 없게 해주었으니 다소 의문입니다. 흑으로서는 45로 끊는 수 이외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으므로 아주 편했습니다.” 이창호가 염려했던 응수는 참고도1의 백1이었다. 그때도 흑은 일단 2로 끊기는 끊어야 한다. 그때 백이 3에서 9까지로 강경하게 버티면 피차 어려운 싸움인데 차단된 흑 3점이 사는 수는 없고 외곽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가 흑의 고민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백46으로 몬 것은 절대. 계속해서 흑55까지가 일사천리로 두어졌다. 백46으로 참고도2의 백1에 막으면 흑 3점을 잡기는 하지만 흑2 이하 6까지 되고 보면 백이 심히 불만일 것이다. 흑55가 놓이자 좌하귀에는 30집을 넘는 흑의 확정지가 생겼다. 이만하면 흑이 굉장한 전과를 올린 것 같았는데 그건 아마추어인 필자의 생각이었고 바둑은 여전히 백의 페이스라는 것이 검토실 고수들의 공통된 논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