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월 22일] 거래소 공공기관지정의 모순

1월21일자 서울경제신문에 게재된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기고문 내용이 대부분 사실과 달라 부득이 해명을 한다. 중앙부처 부기관장의 글을 지면을 통해 반박하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사실을 잘못 알고 썼을 수도 있고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할 수도 있어 부득이했다는 점을 먼저 말해둔다. 지난 2005년 주식회사제 통합거래소를 출범하게 한 거래소법 제정 당시의 기본방향은 증권ㆍ선물ㆍ코스닥 등 3개 시장의 통합, 통합거래소의 주식회사제 전환, 기업공개와 상장, 영리기능과 공익기능의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시장감시기구 업무 독립, 거래소 수수료 결정의 정부 통제 등이었다. 이러한 이슈들은 공청회ㆍ국회좌담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2004년 통합거래소법 제정 때 반영됐다. 공기업 민영화 추진과 배치 통합거래소법에 반영된 공적 기능인 시장감시 업무는 이사회와 이사장의 간섭이 불가능하게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독립성이 보장되고 거래소 수수료는 과거에 회원사 자율로 결정되던 데서 재정경제부에 설치된 시장효율화위원회의 사전심의(실제 운용은 승인과 동일)를 거쳐 결정하도록 해 철저하게 정부 통제하에 뒀다. 심지어 민간 주식회사의 전산투자도 시장효율화위의 사전심의를 받도록 통제하고 있다. 상장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일시적인 갈등이 있었지만 이해관계자 및 정부와 합의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상장작업이 진행됐다. 당시 정부는 상장 선결요건으로 독점이익 사회환원, 자율규제기구 독립성 강화, 거래수수료 결정체계, 우리사주 배분, 청산ㆍ결제 기능, 예탁결제원 지분정리 등을 제시했다. 거래소는 선결과제 해결방안을 마련해 정부와 책임자급 회의 등에서 대부분 합의를 이뤘다. 독점이익 사회환원 문제는 전문가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총 3,700억원의 공익기금을 조성하기로 어렵사리 주주의 동의를 얻었으며 거래소가 2,000억원, 주주사가 1,700억원을 각각 부담하기로 하고 거래소 출연분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이미 2,000억원 출연을 결의한 상태이다. 또한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과도한 주식배정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주식의 5% 이내로 제한했으며 상장심사 기능 중 일부를 시장감시기구에 이전해 자율규제기구의 인사ㆍ조직상의 독립성 강화 등에 관해서도 원칙에 합의했다. 청산결제 기능분리 문제도 이미 예탁원과 합의가 이뤄져 양 기관 간의 30년 이상 묵은 갈등이 해소됐으며 이 합의내용이 자통법에 반영되고 부속합의서에 따라 관련규정 개정까지 합의가 이뤄져 현재 양 기관 업무규정에 반영된 상태이다. 예탁원 지분 문제도 양기관 간의 기본 합의서에 따라 거래소 이사회에서 예탁원 지분매각 결정을 하고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거래소 수수료 결정과 관련해 정부는 재경부 시장효율화위 사전심의에 덧붙여 승인까지 정부가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거래소는 현재에도 사전심의제로 정부가 충분히 수수료를 통제하고 있으므로 효율화위 구성원으로 해당 기관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충방안을 제시했다. 자율규제기구 조직ㆍ인사 독립성 규정 방식의 경우 거래소 정관으로 규정할지, 정부 주장처럼 법령으로 규정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 결국 정부안대로 결정됐다. 정부가 이견이 없는 사항은 그대로, 이견이 있는 사항은 정부안대로 증권선물거래소법 개정안을 마련한 뒤 2007년 10월 입법예고해 법 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법제처 심의과정에서 “민간거래소 내부조직인 시장감시위원회의 조직ㆍ인사 독립성에 대해 정관이 아닌 법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맞지 않고 민간에 대한 과다규제”라는 법안심사 의견을 냈으나 재경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법제처에 계속 계류됐고 결국 거래소 상장도 좌초되기에 이르렀다. 독점이익 사회환원은 이미 합의 방만경영을 바로잡겠다며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방만경영을 핑계로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분명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거래소는 2005년 통합 당시 13% 인력 구조조정(100여명), 조직축소(20%), 예산절감 등 조직 효율화를 이뤘다. 2007년 금감원 감사 이후 업무추진비 50%삭감, 경비예산 10% 삭감, 클린카드제 도입 등 경영혁신에 힘쓰고 있다. 또 최근 금융위기 이후에는 임원 임금 20% 삭감, 예산 삭감 편성, 직원임금 동결 유도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도 공공기관에 부여된 수준 이상의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해 시장 이용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국민 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