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방문한 李 "중립 지켜달라"

'호남' 싸고 미묘한 신경전… DJ "한나라 너무 강해서…" 응수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9일 17대 대통령 선거 때 김 전 대통령의 호남지역 선거중립 문제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이날 국가 원로지도자 방문 차원에서 서울 동교동 자택으로 김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는 비공개 회동에서 “호남 지역을 참 자주 간다. 호남도 참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하께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나경원 당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자 김 전 대통령은 “이 후보의 지지율이 높고 한나라당이 너무 강해서 (이 후보를) 도와줄 필요가 있겠느냐”며 “호남은 이미 영남 사람인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다”고 응답했다. 이 후보는 이에 “그건 김 전 대통령 때문 아니냐. 이번 선거가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면서 “다른 욕심은 없고 오로지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하겠다”고 응수했다. 호남 지역의 지지율 30%에 육박하는 이 후보는 ‘서부 벨트’ 공략을 이번 대선에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은 범여권 통합을 후방지원하면서 ‘호남의 맹주’로 꼽혀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이 후보를 치켜세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당내 충돌이) 잘 봉합된 것 같다. 이 후보가 정책대결에 치중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번에 시행착오를 했으니 좀 조정하면 한국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어 남북 관계 등 현안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 후보는 “남북통일 방안과 성공적인 안착이 한국의 경쟁력의 열쇠”라며 “6자회담에서 핵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남북문제를 풀게 되는 첫 단추다. 제일 좋은 교류는 한국 기업의 대북 투자”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하고 “통일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독일도 지금까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도 방문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프간에 내가 인질로 대신 가는 문제를 고민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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