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사진)가 18일 87살을 일기로 사망했다. 주제 사라마구 재단은 이날 사라마구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란사로테섬에 있는 자택에서 지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고 18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재단 측은 “사라마구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고, 차분하면서도 평온하게 작별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거침없는 직설과 공산주의에 대한 굽힘 없는 지지로 많은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였던 사라마구는 지난 1992년 자신의 작품 ‘예수복음’을 둘러싸고 포르투갈 보수 정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로 이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1억7천만 명이 사용하는 포르투갈어 작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199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자 모국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는 1998년 AP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보통 그는 좋은 사람이긴 한데 공산주의자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는 공산주의자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사라마구가 “우리의 위대한 문화계 인물 가운데 한 명이며, 그가 사망함으로써 우리의 문화는 더 빈곤해졌다”며 사라마구의 죽음을 애도했다. 1922년 11월16일 리스본 근처 아치나가에서 태어난 사라마구는 수도인 리스본에서 성장했다. 가난한 가정 출신인 그는 대학을 마치지 못했으나, 금속노동자로 스스로 생계를 꾸리면서 틈틈이 공부를 계속했다. 1947년 그는 최초로 출간된 소설 ‘죄의 땅’에서 도덕적 위기에 처한 농민들을 묘사했다. 첫 소설의 판매 실적은 저조했으나, 사라마구는 이 소설로 이름을 알려 용접 작업장에서 문학잡지로 직장을 옮겼다. 잡지사 언론인으로 일하던 18년 동안 사라마구는 여행기와 시집 몇 편 외에는 작품활동이 많지 않았다. 그 시기에 대해 사라마구는 “나는 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사라마구는 1969년에는 공산주의 불법 정당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1975년 국외로 강제 추방됐고, 이후 생계를 위해 번역가, 언론인 등으로 활동했다. 1979년부터는 전업작가가 돼서 희곡과 소설, 시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활동했다. 1982년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 역사소설 ‘발타자르와 블리문다’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이 책으로 무엇을 할까요’, ‘돌 뗏목’, ‘리스본 포위의 역사’, ‘무지에 관한 에세이’, ‘수도원의 비망록’, ‘눈 먼 자들의 도시’, ‘동굴’, ‘도플갱어’, ‘눈 뜬 자들의 도시’ 등이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신작 ‘카인’의 출간 기념식에서 성서를 “사악한 도덕의 핸드북”이라고 비난하면서 “성서가 없었더라면 우리 사회가 더욱 좋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해 가톨릭 지도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스페인 작가 필라르 델 리오와 첫 결혼에서 얻은 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