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농업분야

쌀 지켜냈지만 축산피해 '태풍급'
26개 민감품목 관세 철폐땐 年 8,700억피해
쇠고기·사과·배철폐기간 15년으로 연장 '다행'
제주 감귤농업 붕괴 위기…"농민지원 대폭확대"

한미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소식이 알려진 2일 오후 한미 FTA 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제주도청 앞에 쌓아둔 감귤나무를 불태우며 FTA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쌀은 지켜냈지만 주요 민감품목이 중장기 관세철폐로 잡힌 것이 아쉽다. 특히 축산농가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농산물 가격 하락 등 긍정적 효과가 적지않으나 쇠고기ㆍ감귤ㆍ돼지고기 등 주요 민감품목이 장기 관세철폐로 정해짐에 따라 우려했던 대로 적잖은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장 쇠고기 값은 뼈까지 포함한 미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면 암수와 수소(600㎏) 평균 가격이 각각 503만원ㆍ40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1%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태다. 감귤이 주요 수입원인 제주도도 지역산업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당초 우려했던 만큼의 피해는 없었고 한미 FTA도 이와 같을 수 있다”며 “이번 협상 결과를 토대로 종전 농축산 피해 대책을 전면 재검토, 새로운 지원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감품목 관세 10년 내 철폐시 연 8,700억원 피해=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쇠고기ㆍ감귤 등 주요 농산물 25개 품목에서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 연간 1조8,000억원가량의 생산감소가 뒤따를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 양허방식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26개 품목에 대해 10년 내 관세를 제로로 가정할 경우에는 한해 8,700억원 정도 생산액 차질이 나타날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국내 연간 총 농업 생산액 33조3,760억원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품목별로는 쇠고기ㆍ돼지고기ㆍ대두(콩)ㆍ보리ㆍ닭고기ㆍ사과ㆍ포도ㆍ감귤ㆍ낙농품ㆍ배 등의 순서로 피해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다행히 FTA 최종 협상 결과 쇠고기와 사과ㆍ배 등의 관세철폐 기간이 10년보다 긴 15~20년으로 잡혔고 우리 측의 집요한 요구로 계절관세ㆍ세이프가드(SG) 등 개방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도 상당 부분 삽입돼 실제 피해는 이 추정치보다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피해 큰 쇠고기 등 축산농가는=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은 이번 한미 FTA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행 40%인 쇠고기 관세가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낮아질 경우 연간 국내 쇠고기 생산 감소액은 2,214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4년 한우 쇠고기 생산액 2조9,000억원의 거의 10%에 해당한다.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 등급이 확정된 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이 재개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은 OIE 판정 이후 오는 7월부터 갈비 등 뼈까지 모두 수입되면 올해 당장 한우 암소와 수소(600㎏) 평균 가격이 각각 503만원ㆍ40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1%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암ㆍ수 송아지 값 하락폭은 더욱 커 각각 9.6%, 20.9%나 떨어질 전망이다. 현재 50%로 돼 있는 오렌지 관세를 10년 안에 없애면 한해 370억원 정도 생산액이 감소하며 사과도(현재 45% 관세) 연간 610억원의 생산감소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민 지원대책 다시 내놓겠다=한편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는 미측으로부터 가공식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김치(6.4%), 라면(6.4%), 감자(8%) 등 가공품에 대한 관세율도 비교적 낮아 관세인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농림부에서는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농림부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를 얻기 위해 농업을 너무 많이 내준 것 아니냐”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농림부는 한미 FTA가 종전 칠레ㆍ아세안 자유무역협정보다 큰 피해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기획예산처ㆍ재정경제부 등과 함께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다각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 농축산물 3분의1 즉시 관세철폐
농업개방규모 사상최대
칠레·아세안과 체결때
예외품목 대부분 개방
농업분과의 경우 우리가 체결한 역대 FTA(자유무역협정)에서 가장 큰 시장 개방 규모를 기록하게 됐다. 즉시 관세철폐 품목 수나 민감품목의 단계적 관세인하 등 여러 면에서 한미 FTA는 무역 자유화에 거의 다가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한ㆍ칠레 FTA에서 양측은 쌀, 사과, 배 등은 시장개방에서 제외키로 했다. 포도에 대해서는 계절관세를 적용하고, 고추ㆍ마늘ㆍ양파ㆍ분유 등은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이종료 된 이후에 다시 관세철폐 계획을 논의키로 했다. 아울러 쇠고기, 닭고기 등에 대해서도 일단 무관세 쿼터를 제공하는 대신 관세 철폐는 DDA 협상이 종료된 이후에 검토키로 합의했다. 한ㆍ칠레 FTA는 또 즉시 관세철폐 품목도 교역 가능성이 적거나 영향이 미미한 품목으로 한정했다. 당류, 면류, 초콜렛, 동물성 유지 등 국내 농업 피해를 최소화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한ㆍ아세안 FTA 협상에서도 우리는 휴대폰ㆍ자동차에 대한 요구를 줄이면서 농업분야에서는 많은 것을 지켜냈다. 쌀, 고추, 마늘, 양파, 쇠고기(냉동), 돼지고기(냉동), 닭고기, 감귤 등 35개 우리 주요 품목은 관세 인하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또 치즈, 사과, 배, 오렌지 등 5개 품목은 2016년까지 관세를 50%포인트 인하키로 감축했으나 현재도 이들 품목의 관세가 50% 이하이다 보니 실질적 관세인하 효과는 거의 없도록 합의했다. 대신 맥주보리, 겉보리, 쌀보리, 옥수수, 오렌지 주스 등 국내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은 23개 품목에 대해서도 2015년까지 현행 관세를 유지하다 2016년부터 50%를 내리기로 합의했다. 반면 이번 한미 FTA 농업협상에서 우리는 총 1,531개 농축산물 가운데 즉시 관세철폐 품목만 537개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구마, 자몽, 레몬, 토마토, 상추, 수박, 말, 송이버섯, 고사리 등이 그 대상이다. 아울러 한미 FTA에서는 칠레와 아세안에서 시장 개방 예외로 우리가 지켜 냈던 주요 민감품목에 대해서도 사실상 문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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