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는 함박웃음

대형 증권사 실적악화로 몸살 앓는데…
동부 영업이익 845% 늘어
신용등급도 쑥쑥 올라


주식 거래 대금 급감으로 대형 증권사들이 실적 악화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수익 다변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올해 문을 연 전자단기사채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유동성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2012년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실적이 대부분 전년보다 악화된 가운데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나타내 눈길을 끌고 있다. 동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08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845.9%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보다 865.6% 늘어난 658억원을 기록했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보유 중이던 동부생명 주식 587만여주를 동부화재에 매각한 것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큰 폭의 성장을 시현했다”며 “매각에 따른 수익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채권과 파생상품 운용 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 전년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의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58.4%늘어난 149억원을 기록했고 유화증권도 15.7% 늘어난 80억원을 기록했다. KTB투자증권측은 회사채 발행 등 투자은행(IB) 분야에서 성과를 낸 것을 실적 개선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밖에 신영증권은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지만 파생상품 거래 증가로 매출액이 37.3% 늘어나며 침체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증권(-21.3%), KDB대우증권(-52.8%), 우리투자증권(-33.5%) 등 대형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적이 개선되자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도 쑥쑥 오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실적이 개선된 동부증권의 기업신용등급(ICR)을 ‘A’에서 ‘A+’로 한 단계 올렸다. 무보증 후순위금융채 등급과 기업어음도 각각 ‘A-(긍정적)’에서 ‘A(안정적)’, ‘A2+’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저하되었던 자본적정성 지표는 동부생명 주식 매각으로 양호한 수준을 회복했다”며 “주식 위탁매매에 의존하지 않고 채권 및 파생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동부화재 및 동부생명 등의 계열사로 안정적인 상품 판매창구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조정했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도 등급이 올랐다. 한국기업평가는 유진투자증권의 12회 후순위 금융채 신용등급 전망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향 위험이 경감된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유진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2ㆍ4분기부터 지속적으로 적자폭을 줄이고 있고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나아지고 있는 점을 들어 전망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업어음(CP)규제가 본격화되는 5월부터 전자단기사채 시장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이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동성에 더욱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전자단기사채란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자금을 전자 방식으로 발행 및 유통하는 금융상품이다. 금융당국은 단기 기업어음(CP)을 대체하기 위해 올해 초 전자단기사채 시장을 열었으며 최근 3개월 미만의 전자단기사채는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기로 했다. 증권사는 이사회에서 전자단기사채 발행한도를 설정한 뒤 신용평가 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으면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최근 대신증권은 증권사 중 최초로 100억원 규모의 7일 만기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다. 이 밖에 HMC투자증권(6,000)억원, 신영증권(7,000억원) KTB투자증권(5,000억원), SK증권(5,000억원)등 중소형 증권사들이 전자단기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단기차입금 한도를 속속 늘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지 않고 수익 다변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며 “5월부터 전자단기사채 시장도 본격적으로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소형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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