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이면서 동시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69)의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전곡 음반이 발매됐다. 바흐에서 라흐마니노프 등 폭 넓은 연주 목록을 자랑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쉬케나지는 70년대 중반 이후 지휘자로 변신하며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크라, 런던 심포니 등에서 지휘봉을 잡으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데카에서 발매된 이번 바흐 평균율 앨범에서 아쉬케나지는 노장 피아니스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음반사 데카의 간판 피아니스트로서 아쉬케나지가 바흐 평균율을 녹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 바흐의 작품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도 65년 이후 31년만이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는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라고 불리는 바흐의 대표적인 건반 음악 작품. 바흐의 뒤를 이어 베토벤은 피아노의 신약이라는 칭호가 붙은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다. 바흐는 각각 24곡으로 구성된 평균율 클라비어 작품집을 2개 남겼다. 작곡 당시에는 건반 악기의 기교를 닦는 연습용으로 창작됐지만 지금은 피아니스트들이 공연이나 음반용 레퍼토리로 한번쯤은 도전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피아노 작품으로 꼽힌다. 이번에 선보인 평균율 음반에서 아쉬케나지는 과장된 기교를 절제하는 대신 악구의 색채감을 부각시켰다. 다소 느린듯한 연주 템포 속에 바로크 거장 작곡가의 단단한 선율의 힘을 잃지 않으려는 흔적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