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이머징마켓 환율방어 비상

각국 중앙銀 자국통화 강세 대책마련 부심
韓·홍콩 시장 직접개입… 印선 환투기 규제


미국 달러화 절하가 가파르게 전개되면서 한국, 중국,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 이머징마켓 중앙은행들로선 환율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자국 통화 가치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를 막고, 글로벌 유동성 유입이 중단될 경우의 금융혼란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다. 12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달러 약세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큰 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 전반에도 어두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 속도를 저지하고자 하는 일부 국가들은 이자율 인하 등 간접적인 환율 방어책에 이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 달러를 사들이는 '제살깍아 먹기 '식의 고육책까지 쓰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의 환율 방어에 급급해 달러를 사들이게 되면 과중한 외환 보유로 결국 나중에 달러를 내다 팔아야 하는 내재적인 압력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홍콩의 경우 이 달초 78억2,800만홍콩달러(약 10억달러)를 팔아 미국 달러를 사들인 데 이어 추가적인 시장 개입을 고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달러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24년간 유지해 온 달러 페그제가 조만간 붕괴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홍콩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청(HKMA)은 달러당 7.80홍콩달러를 기준 환율로 정하고 상하 0.05달러(5센트)씩, 즉 달러당 7.75∼7.85홍콩달러까지만 환율 변동을 허용하고 있다. 10년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도 원-달러 환율의 800원대 진입을 막기 위해 이달 초 외환시장에 개입해 7억 달러를 사들이는 등 최근 세차례에 걸쳐 10억∼15억 달러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행의 정책 목표가 달러당 900원대인 만큼 당분간 900원선을 지키기 위한 시장개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인도 중앙은행도 달러 강세를 틈 탄 환투기를 막기 위한 비상 조치에 착수했으며 필리핀 중앙은행도 페소 가치가 43.80달러에 육박하며 2000년 7월이후 최고치에 도달하자 최근 1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외환시장에 투입했다. 이와 관련, 달러 약세에 대한 미국 통화당국의 대응도 주목되고 있다. 아직까진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WSJ은 12일자에서 미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약 달러 대처 방안으로 ▦국제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달러 절상을 주장해 강달러의 당위성을 암시하거나 ▦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들이는 방법을 꼽았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에드윈 트루먼 연구위원은 "약달러는 지나치지 않는 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미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미 통화 당국은 약달러를 부추긴다거나 상황을 좌시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