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 인터뷰]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나봐요"

만화영화 캐릭터 「스위트 버드」를 가슴에 꼭 껴안은 것은 예나 다름없었지만 옷매무새부터 차분해졌다. 즐겨입던 힙 합스타일이 아닌 반팔셔츠와 단정한 반바지였다.『미국생활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는 일부 동정적인 시선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밴을 타고 코스로 이동하고, 잠자리도 변변하지 않게 지낸다』며 그동안의 고생이 유발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귀국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대뜸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먹고 싶은 음식목록을 작성했다고 한다. 순대, 메밀국수, 떡볶이 등등이다. 역시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저버리기 힘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인왕을 차지하고 남은 기간동안 1승이상을 추가해 정상급골퍼로 완전히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9개월만에 금의환향(錦衣環鄕)한 「슈퍼땅콩」이 김포공항 제2청사에서 가진 귀국기자회견내용이다. 9개월여만에 금의환향했는데 소감은. ▲이제 시작일 뿐인데 고국의 팬들이 내가 이룬 것에 비해 더 많이 예뻐해 주시는 것 같다. 성원에 보답하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 -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일은. ▲시즌 초반에는 영어도 짧고 동료들과도 서먹서먹해 힘들었다. 또 대회마다 완전히 생소한 코스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지만 항상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고생이 많았는데.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프로들이 그렇게 산다. 비행기보다 자동차로 가는 것이 더 편할 때도 있고 많은 프로들이 값싼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잠자리를 이리저리 옮기기 때문에 베개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내가 늘 인형을 끼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인형때문에 어린애같다는 핀잔을 들은 적은 없다. -스테이트팜레일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가졌던 느낌은. ▲우승은 그 날의 컨디션과 운에 달린 것 같다. 예전에도 1타차로 연장전에 못나가거나 막판부진으로 우승컵을 놓친 적이 많다. 그러나 운은 준비한 자에게만 온다. -3주 연속출전한데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하지 않은가. ▲미국에 있을 때도 경기를 하지 않는 월요일이나 화요일이 더 힘들었다. 대회에 참가할 때는 적당히 긴장하면서 컨디션을 꼼꼼히 체크하기 때문에 오히려 덜 피곤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번 독감에 걸렸던 것은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당시 감기가 유행했고, 또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감기에 걸려 옮았기 때문이다. 체력은 결코 남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체격도 한국여성 표준사이즈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 직후 캐디를 교체하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캐디였던 래리 스미츠는 내 열의에 비해 성의가 너무 없었다. 샷 할때 선크림을 바르거나 화장실에 가기도 한다. 미국에 돌아간 직후 캐디를 바꿀 예정이지만 아직 정한 사람은 없다. -코치를 영입할 계획은. ▲스윙은 바꿀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스윙코치 영입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퍼팅이 약하기 때문에 유명코치를 선정, 11월말부터 동계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플로리다와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두 명을 두고 검토중이다. 지금 밝히면 레슨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름을 말할 수 없다. 코치에 따라 동계훈련지가 달라질 것이다. -박세리와 자주 비교되는데. ▲현지에서도 같은 한국인이고 지난해 신인왕과 올해 신인왕 랭킹 1위라는 점 때문에 많이 비교한다. 그러나 미국무대는 모두 실력이 비슷비슷하다. 경쟁자가 많은만큼 서로를 의식할 틈이 없다. -미국무대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나는 나」라는 주체성이 필요하다. 기죽을 필요없이 한국에서처럼만 하면 된다. 사실 박세리선수가 미국에서 우승하기 전까지는 일본무대에 먼저 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세리선수의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고 초기에 고전했지만 이제 잘 적응하고 있다. 모두 마찬가지다. 이날 김미현이 도착한 김포공항 2청사는 환영나온 가족과 취재진, 팬 등 1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혼잡을 이뤘다. 가족을 마중나왔던 일부 환영객들은 김미현프로가 출국장을 빠져나오자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김진영기자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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