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기금, 세이부철도에 잇단 손배소

연금펀드協등 회계부정따른 상장폐지로
경영 無간섭 탈피…감시기능 강화나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등 '입김' 강화 할듯

“잠자는 거인(연기금)이 깨어나고 있다.” 일본 연금펀드협회(PFA)와 정부연금투자펀드(GPIF)가 회계부정 파문을 일으킨 후 상장 폐지된 세이부철도를 상대로 잇따라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움직임이다.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어서 ‘잠자는 거인’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일본 연기금들이 투자기업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연기금이 앞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증대 등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금펀드협회는 최근 대주주 지분비율 허위신고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쿄증시에서 상장 폐지된 세이부철도에 대해 손실에 대해 40억엔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자산규모가 57조엔(5,30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연금투자펀드도 세이부에 대해 80억엔에 대한 손실 책임을 묻는 소송제기를 검토 중이다. 일본에서 그동안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투자한 일본 기업의 경영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었다. 기관투자자협회의 마크 골드스타인 대변인은 “기업들이 주주를 속이거나 무시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평범한 개인투자자”라며 “그렇지만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법적 투자자인 주주의 이익보다 주주를 위해 일하도록 고용한 직원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최근 연기금들이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하며 주주가치 증대에 나서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연기금에 노후생활을 의존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연기금의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연금투자펀드의 투자담당임원인 테라다 노보루는 “은행과 보험사들은 기업들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움직여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며 “유일한 방법은 공공 연기금이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이미 캘퍼스 등 대형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해왔다. 이 때문에 막대한 자산을 운용하고 일본 연기금들이 이번 소송을 계기로 일본 연기금들이 향후 기업경영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JP모건 도쿄지점의 이코노미스트인 카노 마사키는 “연기금들의 소송방침은 이제 조금씩 주주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일본내 투자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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