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재 향유의 시대"

장영기 문화재청 전문위원 "후원기업 가치 공유해야 성공 결실"



“21세기는 문화재 보존보다는 향유의 시대입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 등의 영향으로 문화재 답사도 활발하고 시민의식도 높아졌어요. 가치를 공유하며 문화재 보존ㆍ향유 활동을 후원하는 기업은 상당한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에서 민간기업ㆍ단체와의 문화재 보호ㆍ활용 협력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장영기(37ㆍ사진) 전문위원은 “후원금만 낸 기업은 연속성이 없어 기대했던 성과를 얻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위원은 또 “문화재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지원은 문화재청의 부족한 예산(연간 5,500억원)을 보완하고 기업의 가치를 뚜렷하게 반영할 수 있다”며 “문화재 보존ㆍ활용 모델을 개발하는 정부가 민첩한 조직대응력과 자금력을 갖춘 기업과 수레바퀴처럼 움직이면 시너지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문화재 후원의 성공사례로 신한은행을 꼽았다. “지난 2005년부터 문화재를 후원해온 신한은행은 2008년 숭례문 화재사건을 계기로 문화재청과의 교류가 부쩍 늘었어요. 숭례문의 전통방식 복구에 필요한 전통기와 가마터 공사, 야간경관조명 설치 등을 위해 12억원을 흔쾌히 내놓았고 직원들도 순번을 정해 주말마다 숭례문 안내를 하는 등 회사 내부에도 문화재 사랑이라는 기업문화로 발전됐다고 합니다.” 신한은행은 최근 문화재형 예비사회적기업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인건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S-OIL은 2008년부터 수달ㆍ두루미ㆍ어름치 등 천연기념물 보호사업으로 ‘환경정화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미국 게임업체 라이엇(RIOT)은 해외문화재 환수기금 조성, 게임과 문화재를 접목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부정적 기업 이미지를 개선했다.

국민대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장 위원은 ㈔한국의재발견 사무국장을 거쳐 2010년 문화재청으로 옮겼으며 문화재 후원을 희망하는 기업ㆍ단체와의 협약을 매년 7~8건씩 성사시키고 있다. 장 위원은 사회공헌사업을 제안할 때 공익만 앞세우지 않고 미리 기업의 소재지ㆍ사업영역ㆍ매출 등을 파악해 협력 분야, 기업의 비전ㆍ가치에 어떻게 긍정적 작용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진정성을 유지하려면 파트너십이 형성돼야 합니다. 가입자의 라이프 패턴까지 고려하며 정서적 교류를 하는 보험설계사처럼 먼저 사람을 이해하고 (천연기념물 등) 자연을 존중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가 성립된다면 서로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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