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기류..유엔본부 분위기와 반응

22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는한국인 김선일(33)씨 피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날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열린 `갈등후 사회의 평화구축에 있어 시민사회의 역할'에 관한 공개 토론회가 유엔의 주된 뉴스였지만 김씨 피살 소식이 준 충격에 다른 모든 화제가 압도된 분위기였다. 유엔본부 복도와 구내식당 등에 삼삼오오 모인 외교관들과 언론인들, 유엔 사무국 직원들은 CNN을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는 김씨 사건 속보를 지켜보면서 충격 속에이번 사건이 가져올 파장을 논하거나 테러범들을 비난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곳곳에서 저항의 표적이 되고 있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민간인이 이라크에서 살해된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무고한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 라디오의 유엔 특파원인 베니 애브니 기자는 "그들(테러범들)은 짐승"이라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들에게 승리를 안겨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들이 김씨를 납치한 것은 한국이 파병결정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김씨가 손쉬운 납치 대상이었기 때문일 뿐"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이 사건으로 파병을철회키로 한다면 테러리스트들에게 굴복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랍권 출신의 반응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요르단 이슬라미디어 통신의아크람 자데 기자는 "민간인 살상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이라크인들은 외국인, 특히 외국 군대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한국은 추가파병을 철회하고 기존 병력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데 기자는 "이라크인들이 볼 때 재건 지원을 위해 왔다는 한국군이나 미군은 다 같은 외국군대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럽국가의 한 외교관은 익명을 전제로 "한국군 파병 철회 요구는 이같은 잔혹한 행위의 구실이 될 수 없고 민간인 살해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밝혔다. 이 외교관은 "이라크 파병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지적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유엔 사무국의 한 직원은 "한국은 물론 이라크 파병을 고려하고 있는 국가들을 위협하기 위해 과격분자들이 이와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야만적 행위"라고 말했다. 주유엔 한국 대표부의 한 외교관은 "참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비극"이라면서도 "김씨의 업체가 좀더 일찍 정부에 보고해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이 빨리 시작됐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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